• 최종편집 2024-06-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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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18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민스크 협정’ 서명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군사적 대결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시도였다”며 “오늘날 볼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는 이 시간을 이용하여 더 강해졌고 2014년과 2015년의 우크라이나는 오늘날의 우크라이나와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의 이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는 것은 7년 전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군사력을 강화할 소중한 시간을 벌게 하려는 서방의 음모였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발언은 크렘린궁을 놀림감으로 만들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제2차 ‘오렌지 혁명’이 일어나 친러파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하자 러시아가 반응했고 크림공군이 러시아에 투입됐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현지 민간 무장 간의 대규모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독일·프랑스·러시아 등의 중재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휴전협정인‘민스크 협정’이 타결됐다.이후 대규모 무력충돌은 통제됐지만 소규모 교전은 수시로 벌어졌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대나무 통에서 콩을 쏟아 내기’ 발언은 다소 의외다. 그러나 왜 거스를 수 없어 보이는 러시아군이 왜 우크라이나를 휩쓸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었고, 7년간의 국방 건설과 전장 단련, 서방 군사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군사력 면에서 이미 많이 성장했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러시아군은 초반에 ‘전격전’을 벌였고, 병사들은 키예프를 직접적으로 지목했다. 의도는‘ 도둑을 먼저 잡고 왕을 잡는다’,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하고 정권교체를 이뤄 친러파를 세우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점쳤고 2008년 그루지야가 함락돼 강제로 동맹을 맺는 장면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잡고 장악한 영토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전격전’은 분명히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러시아 측의 인적 피해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후 러시아는 키예프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는 대신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에 집중해 사실상 계속되는 우크라이나동부 전쟁의 업그레이드판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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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크렘린이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하고,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했으며, 심지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군사 지원 강도를 오판했다고 보고 있다. 수년간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는 초기 단계에서 최전선 장비의 양과 질 측면에서 러시아군과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표적 무기 제공에 박차를 가했고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전술 훈련을 제공했다.

 

전쟁 초기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 지휘시스템과 인터넷을 전면 마비시키지 못했고 젤렌스키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스타링크’ 시스템은 전장의 최전선에서 통신을 보장했다. 많은 서방 상업 위성 이미징 회사가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제공하여 러시아 군사 작전의 상당 부분을 감시하에 수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행동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전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 국가로부터 드론을 받았고 러시아 탱크, 군용 차량 및 군대에 대한 공격으로 러시아군은 고배를 마셨다. 반면 러시아 측 드론 기술과 생산량이 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이를 터키와 이란에 의존한다면 전통적 군사강국인 러시아로서는 큰 아이러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스타링크’를 통해 목표물 정보 데이터를 실시간 또는 근접 실시간으로 전달함으로써 러시아군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은 인공 지능의 도움으로 대량의 러시아군 무전기와 전화 통신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문자로 전사하고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어 그 효율은 인공보다 천 배나 높다.

   

10월에 이르러 우군은 서방 무기의 지원을 받아 전략적 반격으로 전환하여 점차 실지를 탈환하고 있다. 수개월간의 소모로 러시아는 더욱 두드러진 병력 부족과 병참 확보 부실로 도네츠크, 루간스크, 자포로제, 헤르손 등 중점 지역을 지키는 전략적 수축을 강요했다. 11월 9일 밤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는 드네프르 강 오른쪽 둑에 있는 헤르손 주의 주도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명령해 작전에 불리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떠올랐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소규모 전투도 진행 중인데 서로 진퇴양난하는 것은 결정적인 의미가 없다. 그러나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러시아와 나토 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영 양측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타격무기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 측은 불균형한 균형을 깨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핵 선제 공격’ 정책을 고려하겠다고 위협했다.


메르켈 총리가 폭로한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서구는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뜨리고 소모 내지 쥐어짜는 등 큰 기를 쓰고 있지만 유럽 스스로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글 : 향장하(국제문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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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의 진실‥메르켈, 서방의 음모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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