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중앙민족대학에 조선어 문학과가 설립되었다. 그동안 조선어 문학과는 조선어 문학부로 성장하였고, 우리가 조선족일 수 있게 하는 우선 조건인 민족 언어와 문학을 지켜가기 위해 지금까지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민족은 역사적 기원, 생산방식, 언어, 문화, 풍속 습관과 심리적 정체성 등에서 나타난 공동 특징을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문화 인류학자들이 제시한 민족 구성의 요소는 27개나 된다. 그중에 빈도가 높은 것이 5개인데 즉 “공동의 지역적 기원” 혹은 “공동의 조상”, “동일한 문화 또는 관습”, “종교”, “언어”, “인종 또는 형질적 특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민족을 형성하는 5대 요소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언어다. 언어는 문화현상 중에서 민족의식을 갖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된다. 언어 인류학자 사피어와 워프의 언어 상대성 가설에 따르면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 아니라 의사소통을 통하여 감정을 공유하고 유사한 사유체계를 형성하게 한다.
언어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시키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통신 전달의 체계는 동물들에게도 있지만 언어는 인간만이 소유하고 있는 고유 속성이다. 민족 언어는 민족문화를 민족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게 하고, 또 그것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해 주는 가장 중요한 매체이다. 문화와 언어의 관계에서 문화가 언어의 구조와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언어구조가 문화의 다른 측면과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따라서 우리는 한 민족의 언어 행위를 통해서 그 민족의 사회관계와 사회구조 및 사고의 구도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언어와 문화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그만큼 언어의 중요성은 크다.
이민연구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민족 지역으로 이주한 이민 집단이 민족 특성을 상실하는 순서는 제일 먼저 민족의 언어를 상실하고 그다음에 음식습관을 상실하며 마지막으로 가치관을 상실한다고 한다.
대도시로 들어온 조선족 가정의 청소년들이 제일 먼저 상실하게 되는 것이 바로 민족 언어이다. 150년이 넘는 이민 역사에서 조선어를 잘 공유해온 중국 조선족이 개혁개방을 맞이하여 대도시로 진출하면서 중국의 주류문화인 한족 문화와의 접촉과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민족 언어와 전통적인 가치관과 생활양식 등 문화의 유지와 보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모어(母語)를 사용할 때 가장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소수민족들의 언어가 보존돼야 세계적 인류의 지적 자산이 보존될 수 있다고 한다. 개혁개방이래 조선족 민족교육은 점점 위축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중국에서 좋은 대학을 가려면 조선 어보다는 한어를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자식들을 어려서부터 한족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민족교육의 ‘불편한 현실’이다.
사실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 후 취직하는데도 조선어를 아는 학생이 모르는 학생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이 ‘조선어 무용론’이라는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대학 졸업생들의 취직률이 70%를 밑도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중앙민족대학 조선어 학부 졸업생들의 취직률은 계속 100%를 자랑하고 있다.
21세기는 다양한 민족문화의 가치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대여야 한다. 비록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추세라 할지라도 그것은 여러 민족의 언어나 문화가 어느 한 언어나 문화에로의 접근이나 동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다양한 민족들의 언어와 문화는 그 문화의 자주성에 바탕을 둔 동참과 협력이 토대가 되어 모든 민족들의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으로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언어와 문화의 획일화가 인류 문명에 끼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인류문화가 갖는 언어, 문화적 다양성을 말살시킴으로써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문화적 대안을 제한시킨다는 점이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150년 이상의 역사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의 일개 소수민족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보했다. 이제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조선족 사회가 살아남는 길은 세계화에 걸맞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가는 동시에 민족 언어와 문화를 지켜가면서 새로운 민족문화를 창출해가는 길밖에 없다. 그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는 도전해야 한다.
필자/황유복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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