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허훈 기자] 지난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민당 내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각료 19명 중 마쓰노 히로이치 관방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 5명만 유임됐고, 나머지 14개 자리는 모두 조정돼 처음 입각한 각료는 9명이 됐다.
기시다 내각의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대미맹종(对美盲从), 대중강경(对华强硬) 외교안보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우려돼 중·일 관계는 더 불확실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도 더 큰 도전으로 된다.
아베 피살 영향 해소
오는 9월 초순에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 정부 인사의 일정이 한 달 앞당겨지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살로 인한 정권의 파장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첫째, 일본 정교 유착 (政敎癒着)의 추태가 드러나 내각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아베 피살 이후 통일교 논란이 고조되면서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이 교회와 얽힌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TBS는 자민당 의원 57명이 이 교회 관련행사에 축사를 하거나 축전을 보냈고, 자민당 의원 13명이 선거 때 도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치인들과 사이비 종교단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최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는 내각 지지율 회복을 위해 각료들과 통일교의 연관성을 점검하고 쇄신하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다음으로 아베 사망 후 청화회(淸和會·아베파) 내분으로 이 진영의 입각 공세가 약화되면서 기시다가 청화회의 내각 독주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다. 아베 사후 생전에 이끌었던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청화회’가 무수(无首)의 경지에 빠지면서 회원들이 회장 직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청화회’는 당초 시오타니 다치, 시모무라 히로부미 회장대행 2명이 일상 업무를 맡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파벌의 권력을 독점하는 '양두제'에 불만을 나타냈다. 하기타 코이치, 마츠노 히로이치, 니시무라 야스노리, 히로사키 세코 등 주요인사들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청화회’가 내부 갈등에 발목 잡히면서 입각 공세가 수그러들었고 이를 계기로 기시다 총리는 다른 파벌들을 기용해 파벌 간의 상대적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아베의 '장례식'이 다가오고 있어 앞으로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빨리 내각 라인업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베 암살은 일본의 안보 허점을 드러냈고, 안보 개선이 시급한 문제가 됐다. 기시다 정부는 국내외 고위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는 9월 27일 아베의 '장례식'을 가질 예정이어서 사전에 대규모 보안 작업을 전개하고 보안 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개혁의 핵심은 일본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인 니노유 사토시의 교체다. 니노유 사토시는 일본 정부의 안보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로 아베 총리 암살사건에 주요한 책임이 있고 통일교 관련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기시다는 보안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적시에 새로운 위원장 임명해야 한다.
또한 '청화회' 회원들은 아베의 '장례식'을 결속 회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고, 자민당 내 '파벌 메커니즘'이 다시 바뀌면서 기시다의 인사 정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시다는 주도권을 잡고 상황이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일정을 크게 조정했다.
인사의 凸형 야망 부각
이번 개각과 자민당 고위직 인사는 우선 정권의 중추를 지탱하는 골간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기조를 유지하는 세 가지 특징을 보였다.
첫째,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과 아소 다로 부총재의 유임이다. 모테기와 아소는 각각 자민당 2, 3위 파벌의 수장으로 당내 발언권이 크다. 기시다 총리는 집권 후 정기적으로 두 사람과 만나 국정 운영, 정치 일정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는 두 사람이 정국을 안정시키는 밸러스트 역할을 계속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유임되고, 하기우타 고이치 경제산업상이 자민당 민당 정치조사위원장에,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치조사위원장이 경제안전보장담당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베파가 기시다의 거버넌스 공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기시다는 아베파가 붕괴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파벌의 무질서한 상태가 계속 발전한다면 기시다 정부의 전반적인 안정에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기시다는 아베 진영의 의원이나 아베의 측근들에게 중요한 직위를 주는 등 달래고 중시하며 그들의 흐름, 분화, 쇠퇴를 막는 제스처를 보였다.
둘째, 포진균형을 중시하고 '거당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당내 결속을 다진다. 새 각료 구성을 보면 19명 중 각료 5명이 유임되고 재입각한 '관료' 5명, 초입 내각 '신인' 9명으로 신구 병거를 이뤘다. 새 내각의 자민당 각료 18명 중 아베파 4명, 아소파 4명, 기시다파 3명, 모테기파 3명, 이계파 2명, 무파벌 2명이다. 자민당 5대 요직 중 선거대책위원장은 비주류파인 모리야마파 회장이 맡기로 했다. 이번 조정으로 자민당 각 파벌은 정부나 당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기시다의 균형 잡힌 사고를 반영했다. 이외에 기시다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자리를 놓고 자신과 경쟁했던 '강적' 고노 다로를 중용한 것도 정당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외교안보 정책을 이어가며 군비확장 개헌을 밀어붙인다. 개각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은 유임됐고 방위상은 하마다 야스카즈가 맡았다. 야스카즈는 아소 내각 시절 방위상을 지낸 경험도 있다. 이는 외교안보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시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전략문서를 수정하고 공격적 무장력 발전, 방위비 대폭 증액 등을 꾀하는 등 시간이 촉박해 외교적으로는 측근 하야시 요시마사를 유임시키고, 방위에서는 베테랑 하마다 야스카즈를 다시 기용해 목표 달성을 강행할 계획이다.
기시다의 최근 인사는 일본 정부가 대미 맹종, 대중 강경으로 상징되는 외교안보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기시다 장관은 이번에 ‘반중파’ 우파 보수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를 경제안보담당상으로 임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자리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다카시의 등장은 중·일 경제무역관계의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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