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훈
중국 축구 팬들이 마침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 전국 각지에서 터져나온 “郑智(정즈) 퇴진하라”는 외침은 단순한 성적 부진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그것은 책임 회피, 불통, 무능, 나아가 인격적 결함에 대한 총체적 거부의 신호탄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자리를 비워야 마땅할 정즈가 지금도 여전히 앉아 있다.
정즈는 2023년 2월부터 국가대표팀 코치진의 핵심 멤버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그가 맡은 역할은 '조력자'였지만, 문제는 그 조력자가 두 명의 감독 아래서 모두 실패한 이후에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시안컵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한 양코비치,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이반코비치. 국제적 기준에서라면 코칭스태프 전체가 자진 사퇴했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팬들은 이런 태도를 '축구판 기생'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다고 말한다. 책임지지 않는 지도자는 팀을 무너뜨린다. 지금의 국가대표팀이 그렇다.

더 큰 문제는 팬들과의 관계다. 축구는 단지 전술 싸움만이 아니다. 팬의 지지와 공감은 팀의 존재 이유이자 동력이다. 하지만 정즈는 이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말레이시아와의 졸전 직후, 실망한 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팬을 향해 날 선 눈빛을 날렸고, 그 장면은 곧 ‘정즈의 눈빛’이라 불리며 SNS를 도배했다. 지도자가 가져야 할 포용 대신 분노를 택한 순간, 그는 스스로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저버렸다. 팬은 무지한 군중이 아니라, 축구의 생명줄이다. 그 생명줄을 적으로 돌린 지도자는 그라운드 위에서 결코 존중받지 못한다.
그리고 실질적인 성적은 더 처참하다. 2년 넘게 지도자로 있었지만,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했다. 아시안컵에서는 무득점 무승.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0-7이라는 치욕적인 패배. 그런데도 정즈는 경기 후 쇼핑을 즐기는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했고, 팬들은 그 사진을 보며 “국가의 수모보다 개인의 일상이 더 중요하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이쯤 되면, 그는 축구계에 기대는 '명예직'을 누리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사람처럼 보일 뿐이다.
한때 그는 존경받던 선수였다. 아시아 올해의 선수 출신이자, 중국 대표팀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가, 지도자로선 이토록 형편없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팬들과의 단절, 책임감의 부재, 진정성 없는 태도. 여기에 최근 ‘대행 감독설’까지 나오며 팬들은 절망을 넘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정즈에게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분명 값진 경험과 자산을 지닌 인물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겸손하게 기초부터 다시 쌓고, 지도자로서 다시 태어났다면 여론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변화하지 않았고, 반성하지 않았으며, 팬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잃은 것은 감독직이 아니라 신뢰이고, 명예이며, 한 시대의 상징으로서의 마지막 남은 무게감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즈는 내려와야 한다. 더는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다. 그의 지도 아래에서 국가대표팀은 미래를 논할 수 없고, 축구팬들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축구는 명함이나 과거 영광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성과와, 태도, 그리고 팬과의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이 간단한 진실을 정즈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가 설 자리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도, 벤치에도 없다.
BEST 뉴스
-
다문화 사회 20년… 지방의회엔 왜 이주여성이 없나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후보 명단에는 변화한 한국 사회의 현실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 특히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이주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미약하다. 우선 현실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다... -
국제사회가 묻는다,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정당했는가
국제사회가 중동 정세의 긴장이 외교적 중재를 통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던 시점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합동 군사공격을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충돌을 넘어, 가까스로 이어져 오던 외교적 흐름에 중대한 균열을 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유엔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
‘TACO의 순간’에도 물러서지 못하는 트럼프의 전쟁
요즘 국제 정치에서 ‘타코(TACO)’라는 말이 유행한다. 원래는 멕시코 음식 이름이지만, 지금은 “트럼프는 결국 먼저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조롱 섞인 정치 은어가 됐다. 문제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 없는 전쟁에 들어섰다.  ... -
“동포라 부르지 마라?”… 이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동포라 부르지 마라.” 한국 사회는 지금, ‘같은 민족’보다 ‘다른 나라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들은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일 뿐”이라며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동포’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따라붙고, ‘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