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곧 사람이며 철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자주 이 말을 의심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고,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 쉽게 쏟아지고,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말을 돌려버린다. 거짓이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침묵은 무기처럼 쓰인다.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듣지 않는다. 누군가 설명한다. 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기적 언어, 비어 있는 말들을 쉽게 뱉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처음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며 책임지지 않는 말을 툭툭 던지고 상황이 불리하면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반복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의지도, 이해할 노력도 하지 않으며 결국 대화는 단절되고, 신뢰는 금이 간다.
이들은 단지 말을 잘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포장하거나 은폐하려는 사람들이다.
진실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들은 무얼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때로 침묵이 있고, 때로는 계산된 말장난이 있다. 그 사이에는 무책임한 태도, 기회주의적 계산, 공감 능력의 결핍, 철학 없는 말장난이 존재한다. 그들의 말에는 철학이 없고, 비전이 없고, 맥락이 없다. 그리고 그 공허한 말들은, 어느새 진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단순한 인간 유형의 문제가 아니며,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단순히 '성격이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공동체와 조직 속에서, 회피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신뢰를 파괴하며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결국 건강한 소통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위험요소다. 그들이 남긴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말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다.
대중에게 말하고 싶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하게 말하는 사람을 신뢰해야 한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말을 하는 사람을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도 돌아보아야 한다. 혹시 우리도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우리도 남의 말은 들을 생각 없이, 우리 말만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진실과 거짓 사이에 비겁한 침묵을 묻어두고 있지는 않은지. 진심이 없는 말은, 공기를 오염시키는 미세먼지와 같다. 한두 번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그 말들은 결국 누군가의 신뢰를 해치고, 누군가의 상처를 키우며, 공동체 전체의 언어 생태계를 병들게 만든다. 그러므로 진실 없는 언어는 공해일 뿐이다.
우리는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가? 말에 담긴 태도, 책임, 철학. 그것이 곧 ‘사람’이며, 그 사람의 ‘미래’다. 말을 지키는 사람이 진실한 사람이다. 말을 듣는 사람이 존중하는 사람이다. 말을 돌려 말하지 않는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이다. 말을 줄일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끝으로, 질문을 던진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그 사이엔 신중함, 책임, 경청, 그리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그 말은 그냥 소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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