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유럽이 중국 견제를 위한 새로운 축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인도의 전략적 선택지는 서방의 기대와 상당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유사시’에 대한 인도의 입장은 서방이 구상하는 집단 대응 구도와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월 19일 보도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인도를 인도양 핵심 공급망과 해상 안보의 중심축으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양의 패권 국가’를 자임하는 인도를 통해 중국의 해상 활동을 제약하겠다는 계산이다.
인도 역시 이러한 기대에 일정 부분 호응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자국을 ‘대륙 강국’이자 ‘해양 강국’으로 규정하며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는 향후 10여 년간 약 400억 달러를 투입해 해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항공모함·잠수함·전투기·미사일 전력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인도양의 파수꾼”을 자처한 인도, 그러나…
지난 10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 해사 주간’ 행사에서 인도 최초의 국산 항공모함 비크란트호에 올라 “인도 해군은 인도양 항로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 이상 가운데 95%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양은 생존 공간에 가깝다.
하지만 인도양의 중요성은 중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국의 전체 교역 가운데 약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며, 상당 물량이 인도양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서방은 인도를 중국 견제의 핵심 축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미국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 역시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인도·태평양 안보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서방의 두 가지 불안… “능력”과 “의지”
문제는 서방 내부에서도 인도에 대한 신뢰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도가 충분히 빠른 속도로 해군력을 구축할 수 있는가. 둘째, 인도가 자국 핵심 이익이 직접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정면으로 충돌할 의지가 있는가다.
이와 관련해 인도 고위 당국자들조차 솔직한 인식을 내비쳤다. 인도 군 관계자들은 “대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것은 인도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한 서방처럼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는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려는 인도의 전략적 자제, 즉 ‘전략적 자율성’ 노선과 맞닿아 있다.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Quad)의 일원이지만,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실익만 취하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군 현대화의 현실… 야심과 성과의 괴리
능력 측면에서도 인도의 한계는 분명하다. 인도는 1999년 30년 내 24척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5년이 지난 현재 완공된 잠수함은 6척에 불과하다. 기존 17척의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11척은 이미 25년이 넘은 노후 전력이다.
반면 중국은 250척이 넘는 군함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 능력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조선 시장에서 중국·한국·일본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 반면, 인도는 인력·기술·공급망 전반에서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인도·태평양 전문가들은 “중국의 인도양 군사 역량이 강화될수록 인도의 상대적 입지는 오히려 압박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학계에서도 “어떤 국가도 중국처럼 배를 만들 수는 없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인도 카드’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
결국 미·서방이 기대하는 ‘인도 역할론’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인도는 중국 견제의 도구가 되기보다는, 중국과의 충돌을 관리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균형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만 문제 역시 인도에게는 ‘연대의 전선’이 아니라, 개입을 최소화해야 할 외부 변수에 가깝다.
서방이 인도를 중국 견제의 핵심 축으로 삼으려는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인도의 능력과 의지라는 두 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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