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2026년 초, 미국 정부가 총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질서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주권 회복’과 ‘미국 우선주의의 일관된 실천’을 내세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다자주의 체제에서의 본격적인 이탈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당국은 1월 7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을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35개 비(非)유엔 기구와 31개 유엔 산하 기구에서 순차적으로 탈퇴할 계획이며, 그 이유로 “해당 기구들이 더 이상 미국의 국익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미 국무부는 후속 성명에서 이들 기구를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기능이 중복되고 관리가 부실한 조직”으로 규정하면서, 일부 기구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탈퇴의 핵심 목적은 국제기구 분담금과 각종 기여금을 줄여 납세자 부담을 경감하고, 자원을 국내 정책 우선순위에 재배치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이미 2025년부터 반복돼 왔다. 미국은 2025년 초 파리 기후 협정 탈퇴를 시작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자금 지원 중단과 완전 탈퇴 위협, 유엔 인권이사회 이탈, 유엔 근동 난민 구호 사업국에 대한 전면적 자금 중단 등 일련의 조치를 이어왔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의 시선을 가장 강하게 끈 사례는 2025년 7월 미국의 세 번째 유네스코 탈퇴 선언이다. 미국은 유네스코가 “분열적인 사회·문화 의제를 추진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과도하게 집중하며,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탈퇴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유네스코 이탈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기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패턴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네스코가 2011년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지위를 인정한 이후 미국은 회비 납부를 중단했고, 체납액은 한때 약 6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대규모 탈퇴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미국의 결정을 두고 “다자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선택”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재정 구조 개편과 자금원 다변화를 통해 이미 대비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이 유네스코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8%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프랑스 역시 신속히 반응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에 유감을 표명하며, 유네스코를 “과학·해양·교육·문화·세계유산 보호를 담당하는 글로벌 공공재의 수호자”로 평가하고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도 “미국이 스스로 글로벌 리더 역할을 내려놓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EU 시민의 약 60%가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 외교 노선이 동맹국과 국제사회 전반의 신뢰를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미국의 66개 국제기구 탈퇴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는 불가피하게 재조정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미국이 비워 놓은 다자 협력의 공간을 유럽, 중국, 신흥국 연합 등이 어떻게 채울 것인지가 향후 국제 질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선택은 단순한 외교 정책 변화가 아니라, 전후(戰後) 국제질서를 지탱해 온 다자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 함의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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