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반은 물론 3분의 2 확보… “일본판 트러스 사태 우려 여전”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역사적 압승을 거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단행한 조기 해산이 대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규모 재정 지출을 둘러싼 ‘일본판 트러스 사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 개표 결과, 자민당은 300석을 확보했다. 일본유신회(29석)와 구성한 집권 연합은 총 329석으로, 전체 465석 가운데 3분의 2를 훌쩍 넘겼다. NHK는 “자민당이 단독 과반은 물론 ‘절대 안정 다수’(261석)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는 1996년 선거제도 개편 이후 자민당이 얻은 최대 의석 수다. 집권 연합이 3분의 2를 넘긴 것도 2017년 아베 신조 내각 이후 처음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개표 방송에서 “내각 출범 3개월여 만에 개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각 당이 안을 준비 중이며, 헌법심사회에서 본격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 참패… 정계 중진 줄줄이 낙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선거 직전 통합한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은 참패했다. 선거 전 170석대였던 의석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책 노선과 지지층이 충분히 결합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계 원로 오자와 이치로 전 의원은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모두에서 낙선했다. 아즈미 준 공동간사장은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겐바 고이치로 전 외무상도 소선거구에서 패했다. 국민민주당, 일본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 등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전후 정치사에 남을 기습 해산”이라고 평가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중의원에 ‘다카이치 1강 체제’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민심은 줬다, 검증은 이제부터”… 재정·외교 리스크 부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카이치 총리가 포퓰리즘적 메시지와 기존 정치와의 차별화를 통해 민심을 끌어모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엔화 약세, 물가 부담, 글로벌 불안 속에서 집권 이후 국정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조치대학 정치학자 미우라 마리는 “유권자들은 다카이치의 실제 정책을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없었다”며 “선거 지지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일본 경제를 최대 과제로 꼽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약 1,170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과 식료품 소비세 면제 등을 공약했다. 시장에서는 정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화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무리한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트러스 사태’가 일본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선거 직후부터 다카이치 정부는 정치·재정 리스크가 뒤엉킨 지뢰밭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압승으로 정치적 기반을 굳힌 다카이치 총리. 그러나 대규모 재정 정책과 외교 변수 속에서 그 승리가 장기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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