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의 기술 부상이 본격적인 ‘충격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미국 금융·기술 시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를 넘어, 중국이 가치사슬 상단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기존 기술 패권 구도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현지시간 2월 16일, 연구기관 티에스 롬바드(TS Lombard)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이자 아시아 리서치 총괄인 로리 그린은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기술 충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역사상 처음으로 신흥 시장 경제가 기술 최전선에 섰다”고 말했다.
그린은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기술 및 AI 분야의 독점적 지위가 이미 중국에 의해 붕괴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방대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 역량과 신흥국 수준의 낮은 생산비를 결합하고 있으며, 여기에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더해지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도 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화웨이의 대규모 칩 클러스터와 비교적 저렴한 전력 공급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 반도체로 구동되는 고성능 AI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여전히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AI 학습의 ‘황금 표준’으로 평가받지만, 화웨이는 대규모 칩 배치와 낮은 전력 비용을 통해 연산 능력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략은 AI를 넘어 여러 신흥 기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린은 “하나의 ‘중국 기술권’이 형성되는 흐름은 매우 자연스럽다”며 “중국은 세계 다수 국가, 특히 신흥·개도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이 구조가 기술 분야에서도 재현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선택지는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화웨이, 5G, 배터리, 태양광, AI, 나아가 저비용 위안화 금융까지 포함한 저렴한 중국 기술을 선택할지, 고비용의 미·유럽 대안을 선택할지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어 “향후 5~10년 내 전 세계 인구의 다수가 중국 기술 체계를 사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전례 없는 규모의 자금을 AI에 투입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는 올해 AI 분야에 총 70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예고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 지출은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실제로 한때 기술주 시가총액 약 1조 달러가 증발하는 조정이 나타났고, 이후 일부 종목만 낙폭을 회복했다.
자산운용사 셀우드 자산 관리(Selwood Asset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 카림 무살렘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종의 최근 매도세 이후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경쟁은 자금이 무차별적으로 투입되는 레이스처럼 보이지만, 그 투자들이 의미 있는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AI의 빠른 추격은 글로벌 업계 수장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저비용·고성능으로 주목받은 딥시크( DeepSeek)가 등장한 이후, 중국 주요 연구소들은 미국과의 성능 격차를 수개월 수준까지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도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AI 모델은 미국과 서방 경쟁자들에 비해 불과 몇 달 정도 뒤처져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 배경으로 오픈소스 전략을 꼽았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중국 AI 모델의 개발 비용이 미국 경쟁사의 6분의 1~4분의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알리바바의 대형언어모델 ‘퀀(Qwen)’은 지난해 9월 글로벌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메타의라마( Llama) 시리즈를 앞질렀다. 에어비앤비 등 일부 미국 기업도 알리바바 모델을 AI 고객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 따르면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의 글로벌 사용 비중은 2024년 말 1.2%에서 최근 30%에 육박했다.
중국 정부도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025년 4월, 11개 국가 AI 혁신 응용 선도구를 조성하고 600억 위안 규모의 국가 AI 기금을 통해 산업화와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의 AI 연구 책임자 디피카 기리는 “중국 기업들은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의 빠른 상용화와 AI의 산업 현장 통합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다”며 “모델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닐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적용·확산되면서 AI 산업화 속도는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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