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동 긴장 고조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약 2만 명의 선원이 두 달 가까이 발이 묶인 채 생존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기구는 “해역 전체에 안전한 항로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경고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최근 “이중 위험 상황 속에서 호르무즈 해역은 더 이상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4월 30일 성명을 통해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협이 올해 중반까지 봉쇄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2.5%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5%대를 기록할 수 있으며, 빈곤층이 3200만 명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성장률은 2% 수준으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은 6%를 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페르시아만 일대에는 유조선과 LNG 운반선, 화물선 등 수백 척이 묶여 있으며 약 2만 명의 선원이 고립된 상태다. 최근 8주 동안 통항은 크게 줄어 4월 중순 일주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약 80척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수십 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고 최소 10명의 선원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생존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일부 선박에서는 식량과 식수가 부족해 배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통신 장애로 가족과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운수노동자연맹은 식량과 기본 물자 부족을 호소하는 구조 요청이 수백 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인도 국적 선장 라다르는 현지 상황에 대해 “폭발이 수백 미터 거리에서 발생하기도 한다”며 “선원들이 극도의 불안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과 가족과의 통화가 유일한 정신적 버팀목”이라며 장기 고립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원 교대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한 선사 관계자는 “새로 승선하려는 인원이 거의 없어 교대가 어렵다”고 전했다.
중국 선원들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현지에 고립된 한 선박에서는 선원이 사망했으나 시신을 선내 냉동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일부 선원들은 “미사일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요격 미사일이 뒤따른다”고 전하며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야간 근무 중에는 폭발음과 번개 소리에 놀라 공격으로 오인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며, 불안으로 인해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이 커지자 일부 선박은 생존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 선주 측은 이란 당국이 비적대국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근거로 선원들에게 선체에 중국 국기를 그릴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선원들은 페인트로 선박 외벽에 대형 오성홍기를 그렸고 이를 통해 공격을 피하려는 대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선원은 “국기를 그리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4월 28일 새벽에는 전투기 2대가 선박 상공을 장시간 선회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선원들은 조종석 내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거리상 식별은 어려웠고, 약 1시간 뒤 항공기는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로 꼽히는 전략 요충지로, 이 해역의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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