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미국의 대중 통상 전략이 정권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접근법 차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지난 26일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비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일부 대중 관세 조정 여부에 대한 공식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의 규모는 약 3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리어 대표는 다만 “대중 관세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 관세 수준은 장기간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전략 산업과 일반 소비재 영역을 구분해 접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최근 통상 협의 채널 재가동 문제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양국은 공동 협의체 형태의 경제·무역 대화 구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비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문제도 이 틀 안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움직임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대중 정책과 비교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 단절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첨단 산업과 공급망 분야를 중심으로 제한 조치를 확대해 왔다. 미국은 2024년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100%로 인상했고, 반도체·태양광·배터리·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에도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장비·소프트웨어 기업과 연구기관 다수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EDA 소프트웨어,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도 강화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가 정상적인 국제 무역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제 통상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수출통제와 투자심사, 공급망 재편, 보조금 정책 등을 결합한 구조적 관리 방식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첨단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은 상대적으로 협상과 거래 중심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트럼프 역시 고율 관세와 강경 압박 정책을 유지했지만, 협상을 통한 조정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2025년 제네바 및 스톡홀름 무역협상 이후 일부 상호 관세 조치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추가 협의를 이어간 바 있다.
또 미국은 일부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던 추가 관세의 유예 기간을 연장하거나 조정 조치를 검토하기도 했다. 최근 논의되는 비민감 품목 중심의 관세 조정 역시 미국 내 공급망 안정과 소비자 부담 문제 등을 고려한 현실적 접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내 산업계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는 생활용품과 일부 전자부품, 농산물, 민간용 산업부품 등에 대한 관세 부담이 기업 비용과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다만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첨단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기존 견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어 대표 역시 전략 산업 분야에서는 대중 압박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 기업 제재 확대 등 대응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은 향후에도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미국의 대중 정책은 정권에 따라 접근 방식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 전략 산업에 대한 견제 기조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도와 안보 중심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는 방식에 보다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의 이번 관세 조정 논의가 실제 완화 조치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중국과의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인식도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BEST 뉴스
-
미중 정상회담, 무엇을 얻었나…새 합의 나왔지만 남은 숙제 더 크다
▲ 2026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주요 참모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허리펑 부총리,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 -
러시아 제재까지 낮춘 미국…우크라이나보다 급해진 기름값
▲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대한 미국의 한시적 제재 완화로 에너지 공급과 대러 압박 정책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정유시설과 유조선을 표현한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막아놓았던 경유 거래를 한시적... -
영화가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나…‘암살자(들)’이 던진 불편한 질문
[인터내셔널포커스]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더 시끄럽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끌어왔다. 당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고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 -
중국에 등록된 아리랑·판소리…문화유산 보호인가, 문화공정인가
[인터내셔널포커스] 아리랑과 판소리, 김치 제조기술, 추석 풍습까지. 한민족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문화가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실이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조선족이 계승해 온 문화를 보호한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유산의 전승과 역사적 기원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 ... -
매립 끝낸 중국, 이제 활주로로…남중국해 ‘새 거점’ 윤곽
[인터내셔널포커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의 앤털로프 리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매립이 진행된 데 이어 최근에는 활주로로 추정되는 구역의 공사가 뚜렷해졌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던 단계에서 항공기 운용을 염두에 둔 기반시설 조성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9월 25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 -
중국차가 무서운 진짜 이유…한국차는 비싸졌는데 사양은 따라가나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차가 몰려온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값싼 중국 전기차가 한국 시장을 파고들면 국내 자동차 산업과 생산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관세와 세제지원 등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가격표와 사양표를 나란히 펼쳐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