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러시아가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평화주의 원칙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으며, 미국과의 군사 협력 확대가 동북아 안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세르게이 쇼이구는 최근 열린 국제안보포럼에서 일본의 군사화 움직임을 비판하며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할 당시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의무와 책임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본의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보유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쇼이구는 특히 국제 군비통제 체제와 핵확산 방지 체제가 약화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의 핵무장 추진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나 정보는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 "미국 미사일 일본 배치는 직접적 위협"
러시아 외무부도 미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 확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미국이 일본에서 실시한 연합훈련 과정에서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전개한 사실을 거론하며 "러시아 극동지역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체계인 '타이폰(Typhon)' 배치를 언급하며 "러시아는 미국의 중거리 또는 중·단거리 미사일이 일본에 배치되는 것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배치가 임시적이든 순환 배치든 상시 주둔이든 관계없이 러시아는 이를 의도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으로 간주한다"며 "필요하다면 군사·기술적 차원의 강력한 대응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방위력 강화, 러시아는 안보 위협 주장
일본은 최근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을 이유로 방위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고 장거리 반격 능력 확보를 위한 미사일 전력 현대화에 나서고 있으며, 미국과의 안보 협력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일본 측은 이러한 조치가 주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정책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이 자국 극동 지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체계가 일본에 상시 배치될 경우 러시아 극동 지역은 물론 중국 동북부 일부 지역까지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 안보 경쟁 심화
전문가들은 최근 동북아 정세가 냉전 이후 가장 복잡한 안보 경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과 일본이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은 군사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북한은 핵·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극동 지역 군사력 재정비에 나서면서 역내 전략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 관계는 더욱 냉각됐으며, 평화조약 협상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러시아의 경고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동북아 안보 질서가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일 안보 협력 강화와 러시아·중국의 전략적 공조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역내 군사적 긴장 역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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