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군사 대표단이 아시아 최대 규모 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역사 인식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동북아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이 일본의 안보 정책 변화를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문가·학자 대표단장인 멍샹칭 중국 국방대학 교수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회 샹그릴라 대화 첫 번째 분과회의에 참석해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 관리’를 주제로 발언했다.
멍 교수는 올해가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개정 8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도쿄재판은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 범죄를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전후 국제질서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오늘날 일부 세력이 전쟁 범죄를 미화하거나 침략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국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역사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안보 협력과 방위 문제를 주도적으로 논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특히 과거 침략을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일본이 방위력 증강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을 통해 방위비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이른바 '반격 능력' 확보를 위한 장거리 미사일 전력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이 전수방위 원칙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특히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멍 교수는 “오늘날 세계는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군국주의적 사고가 새로운 형태로 되살아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교훈과 전후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다자 안보회의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국방·안보 수장들이 참석해 전략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대만해협, 남중국해, 한반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각국의 발언 수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제23회 샹그릴라 대화는 29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했으며, 4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 국방장관, 군 관계자, 안보 전문가 등 55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 기간 동안 6차례 전체회의와 장관급 원탁회의, 특별 세션 등이 진행되며 역내 안보 환경과 군사적 긴장 관리, 신흥 안보 위협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문가 대표단 역시 공식 초청을 받아 회의에 참가했으며, 이번 회의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단순한 역사 문제 제기를 넘어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동북아 안보 구도를 둘러싼 중·일 간 전략적 신경전이 국제무대에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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