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2030 FIFA 월드컵 개최 방식이 공개되자 세계 축구계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가 본 대회를 공동 개최하고, 개막을 기념하는 첫 세 경기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열린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세 개 대륙, 여섯 개 국가가 하나의 대회를 나눠 개최하는 전례 없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결정이다. 그러나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기념행사로 보지 않는다. 남미의 역사성과 유럽의 상업성, 아프리카의 대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FIFA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FIFA는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나
2030년은 우루과이에서 첫 월드컵이 열린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일찌감치 우루과이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가 함께하는 공동 개최 구상을 내세우며 "축구의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문제는 현실이었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월드컵은 총 104경기를 치러야 한다. 수십 개의 국제 규격 경기장과 대규모 숙박시설,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다. 인구 350만 명 수준의 우루과이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주변 국가들 역시 대규모 시설 투자 부담을 안고 있었다.
반면 유럽은 FIFA가 가장 중시하는 시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와 선수, 방송권 시장, 글로벌 스폰서가 집중돼 있다. 월드컵 흥행과 수익을 고려하면 유럽을 배제하는 선택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FIFA는 남미에 역사적 상징성을 부여하고, 유럽에 대회 운영의 중심 역할을 맡기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모로코의 숙원도 함께 풀렸다
이번 결정의 또 다른 수혜자는 모로코다.
모로코는 1994년 이후 여러 차례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26년 월드컵 유치전에서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연합에 밀려 개최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공동 개최를 통해 모로코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개최국 지위를 얻게 됐다. 아프리카 국가가 월드컵 개최국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후 두 번째다.
FIFA 입장에서는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를 모두 대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었다. 각 대륙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도 FIFA가 최종 주도권을 유지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월드컵 뒤에 보이는 FIFA와 UEFA의 힘겨루기
2030 월드컵 결정은 개최지 선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국제 축구 일정과 수익 구조를 놓고 꾸준히 신경전을 벌여왔다.
FIFA는 클럽월드컵 확대와 국제대회 개편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UEFA는 네이션스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수익 기반을 강화하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남미축구연맹이 UEFA와 협력을 확대하면서 FIFA 중심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이번 2030 월드컵 구상이 단순한 기념사업이 아니라 FIFA가 유럽과 남미를 모두 포용하면서도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적 타협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짜 승자는 2034 월드컵을 노리는 사우디인가
2030 개최 방식이 발표되자 국제 축구계의 시선은 곧바로 2034년으로 향했다.
FIFA는 사실상 2034 월드컵을 아시아 또는 오세아니아 지역에 배정하는 방향을 제시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먼저 단독 유치 의사를 공식화했다.
사우디는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 아래 스포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정상급 선수 영입과 국제대회 개최도 같은 흐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잠재적인 경쟁국으로 거론된다. 중국은 다수의 국제 규격 경기장과 대형 국제행사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공식적인 유치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후보군으로 언급되지만 시장 규모와 투자 여력,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사우디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축구계에서는 "2030 월드컵 개최 방식이 확정되는 순간, 2034 개최지의 윤곽도 상당 부분 드러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상징적인 월드컵, 가장 비싼 월드컵
FIFA는 이번 결정을 통해 여러 대륙의 요구를 동시에 수용하는 데 성공했다.
남미는 월드컵 100주년의 상징성을 확보했고, 유럽은 대회 운영의 중심 역할을 유지하게 됐다. 모로코를 통해 아프리카도 다시 월드컵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하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마드리드까지의 거리는 1만 km를 훌쩍 넘는다. 남미에서 개막전을 관람한 뒤 유럽이나 북아프리카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팬들의 비용 부담은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환경 문제도 제기된다. 선수단과 관계자, 수백만 명의 관중이 대륙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문제는 앞으로 FIFA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2030 월드컵은 축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스포츠와 정치, 경제 논리가 가장 복잡하게 얽힌 월드컵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100주년을 맞은 월드컵이 축구의 과거를 기념하는 무대가 될지, 아니면 FIFA가 설계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 될지는 2030년이 답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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