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 출신의 토리 펜소가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18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경기 주심을 맡아 이번 대회 첫 여성 주심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이는 남자 월드컵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주심 기록이기도 하다.
6만7000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 나온 펜소는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나 그의 심판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초창기 16세 이하 남자 경기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이 그를 향해 달려드는 사건을 겪었고, 경기장을 빠져나와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심판을 포기할지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후반 82분 남아공 공격수의 강력한 슈팅이 체코 수비수의 팔에 맞자 펜소는 즉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장면이었지만 그는 최적의 위치에서 상황을 정확히 판단했다. 남아공은 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1-1 무승부를 만들었다.
주목할 점은 판정의 수혜를 입은 팀뿐 아니라 피해를 본 체코 측도 결정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체코의 야로슬라프 쿠베크 감독은 경기 후 “우리에게는 불운한 장면이었지만 충분히 페널티킥이 선언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심판 판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현장을 취재한 유럽 언론들도 경기 막판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과감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1986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펜소는 10세에 축구를 시작했고 14세부터 심판 교육을 받았다. 직장 생활과 심판 활동을 병행하던 그는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을 보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생후 8개월 된 딸을 키우던 그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여성 심판들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꿈을 품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은 그는 육아와 훈련을 병행하며 도전에 나섰다. 남자 경기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기 위해 꾸준히 스프린트와 근력 훈련을 실시했고, 2020년에는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20년 만에 여성 주심으로 데뷔했다. 이어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 주심을 맡으며 세계 정상급 심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세 자녀의 어머니인 펜소는 “엄마가 된 경험이 나를 더 좋은 심판으로 만들었다. 공감 능력을 키워줬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여성 심판 스테파니 프라파르가 남자 월드컵 최초의 여성 주심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면, 펜소의 등장은 그 변화가 일회성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 심판이 남자 월드컵 무대에 서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닌 시대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펜소의 휘슬은 한 경기의 판정을 넘어 축구계가 향하는 새로운 방향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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