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공지능(AI) 경쟁의 중심축이 알고리즘에서 '연산력(컴퓨팅 파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AI 연산력의 80% 확보를 목표로 제시한 가운데 중국은 국가 차원의 초대형 투자와 국산 AI 생태계 구축으로 맞서면서 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세계 AI 연산력의 약 50~6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80% 수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와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팅을 미국의 경제력과 국가안보를 좌우할 3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며 "AI 경쟁은 결코 질 수 없는 국가적 승부"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AI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도 AI 인프라와 모델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의 이 같은 구상에 맞서 중국은 AI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가데이터국에 따르면 2025년 말 중국의 AI 연산력은 1,590EFLOPS(FP16)로 세계 2위를 유지했으며, 전국에는 42개의 초대형 AI 컴퓨팅 클러스터가 구축됐다. 중국 정부는 '동수서산(东数西算)'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향후 5년간 2조 위안을 투입해 전국 AI 연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력망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최대 5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오히려 중국의 국산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화웨이 어센드(Ascend)를 비롯한 국산 AI 칩 개발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국산 칩 기반의 초대형 AI 모델 학습에도 잇달아 성공 사례를 내놓고 있다. 동시에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알고리즘 효율 개선을 통해 하드웨어 성능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절대적인 경쟁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우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 빅테크들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AI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최첨단 GPU와 클라우드 인프라에서도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의 투자와 세계 최대 AI 응용시장, 빠른 산업화를 기반으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의 승패가 단순히 더 많은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서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 공급망, 소프트웨어, 인재를 아우르는 AI 생태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미국의 첨단 기술 우위와 중국의 대규모 투자·응용시장 전략이 맞부딪치는 이번 경쟁은 AI 산업을 넘어 미래 글로벌 경제 질서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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