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동부시간으로 7월 31일, 미국 국토안보부는 40여 개 중국 법인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 관련 명단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차차(洽洽) 해바라기씨, 사념(思念) 만두, 칠필랑(七匹狼) 등 중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도 포함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해바라기씨를 팔고, 냉동 만두를 만들고, 남성복을 생산하는 기업이 어떻게 미국의 국가안보와 연결되는가”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에 명단에 추가된 기업은 43곳으로, 관련 법 시행 이후 한 차례 추가 규모로는 가장 크다. 제재 사유는 제품 품질이나 식품 안전과는 무관하다. 차차는 신장에서 대추와 견과류 등 농산물을 조달했다는 이유로, 사념은 신장 지역의 노동력 이전 프로그램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지목됐다. 칠필랑 역시 신장산 면화를 공급망에 활용한 점이 문제가 됐다.
미국 정부는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과 연계됐다고 판단되는 기업과 제품을 미국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미 국토안보부 역시 관련 명단 확대를 미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대상이 식품과 의류 같은 일반 소비재 기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중국에서는 미국이 ‘국가안보’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해바라기씨와 만두, 면화와 의류까지 안보 문제와 연결한다면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치는 미중 경쟁의 전선이 어디까지 확대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장비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양국의 갈등이 이제 농산물과 식품, 섬유 등 일상적인 공급망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에서 미국의 조치를 인권을 명분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명단에 포함된 일부 기업의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2025년 기준 차차의 매출 가운데 90% 이상이 중국 내수에서 발생했고 해외 매출 비중은 8.93%에 그쳤다. 미국은 여러 해외시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칠필랑 측도 이번 조치가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미국 시장 비중이 크지 않은 소비재 기업까지 명단에 포함한 배경은 무엇일까. 개별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보다는 신장과 연결된 공급망 전체에 경고 신호를 보내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로 하여금 신장산 원료나 현지 협력 관계를 재검토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노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에 사실적 근거가 없다며 ‘경제적 강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면화협회도 신장의 기계화 면화 수확률이 90%를 넘어섰으며 재배와 수확, 가공, 방직으로 이어지는 산업 전반의 자동화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의 취업 선택과 권리 역시 중국 법률에 따라 보호되고 있다는 게 중국 측 설명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신장 지역 공급망에 강제노동 위험이 존재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만큼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논란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인권 문제에서 출발한 규제가 국가안보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경제·전략 문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규제가 계속 넓어진다면 부담은 특정 중국 기업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공급망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조달 비용과 통관 불확실성이 커지고, 그 비용이 미국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무역에서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위험 역시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줌의 해바라기씨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실제로 위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해바라기씨를 생산하는 기업까지 ‘국가안보’의 논리로 규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해바라기씨까지 안보의 이름으로 규제되는 순간, 미중 경쟁은 더 이상 반도체와 첨단기술만의 전쟁이 아니다. 세계인의 식탁과 옷장, 일상의 소비까지 그 전선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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