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중국 편인지 대한민국 국민 편인지 확실하게 밝혀라”고 말했다. 중국의 선거 개입과 간첩 활동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이 이제 “간첩 수사를 못하는 나라가 아니라 안 하는 나라가 됐다”고도 주장했다.
야당 대표가 국가안보의 허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 정부나 조직이 대한민국의 군사기밀을 빼내거나 선거와 여론 형성에 불법적으로 개입한다면 국적을 불문하고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중국이라고 예외일 이유도 없다.
그러나 안보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정치적 상대를 ‘중국 편’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간첩 수사를 안 하는 나라’가 됐다는 표현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2024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서 수사체계가 크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전문성과 정보 공유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수사 주체가 바뀐 것을 국가가 간첩 수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표현한다면 제도 개선 논쟁보다 정치적 공포만 키울 수 있다.
간첩죄 역시 기존 형법이 ‘적국’을 중심으로 규정돼 북한이 아닌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국회는 올해 2월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까지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친중인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개정된 법과 대공수사체계가 실제 안보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온라인 여론조작 문제도 마찬가지다. 외국 세력이 조직적으로 계정을 운영해 대한민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심각한 주권 침해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계정이나 외국인의 댓글 활동을 특정 국가의 선거 개입으로 곧바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연구 결과와 정황은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국가 차원의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와는 구별해야 한다.
‘댓글 국적표시제’ 역시 실효성뿐 아니라 개인정보와 표현의 자유, 외국인에 대한 낙인 가능성까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제도에 반대한다고 해서 곧바로 “여론조작 외국세력의 공범”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지나친 정치적 비약이다.
특히 “중국 편인가, 국민 편인가”라는 질문은 강력한 안보 메시지처럼 들리지만 위험한 이분법을 만든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불법적인 활동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 거주하거나 한국과 교류하는 중국인 전체에 대한 적대감과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한중관계에서도 원칙은 명확하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국익이 충돌하면 대응하며, 불법적인 정보수집이나 선거 개입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면 된다.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장 대표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걱정한다면 “누구 편이냐”고 묻기보다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과 정보기관 간 공조를 어떻게 강화할지, 외국의 온라인 여론공작을 어떤 기준으로 적발하고 처벌할지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간첩을 잡는 데는 증거가 필요하고 국가안보에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중국 편’과 ‘한국 편’을 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국익을 지키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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