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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덤에 누웠으니 가족인 줄 알았다…DNA가 뒤집은 1000년 전 비밀

  • 화영 기자
  • 입력 2026.09.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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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년 스웨덴 할란드 Söndrum 지역의 석곽묘 발굴 현장. 이번 DNA 연구 대상 유적과는 별개의 고고학 발굴 자료다. 사진=스웨덴 국가유산청/Wikimedia Commons

 

[인터내셔널포커스] 어른과 어린아이가 나란히 묻혀 있다. 부모와 자녀였을까. 고고학자들도 오랫동안 그런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다.


천 년 가까이 지나 유골의 DNA를 읽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스웨덴 시그투나와 베스테르후스, 피엘킹에 등에서 발굴된 후기 바이킹 시대와 중세 유골 142명을 분석했다. 60명 이상이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다.


눈길을 끈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묻힌 무덤이었다. 성인과 아이가 나란히 발견됐지만 DNA상 가까운 친족이 아닌 사례가 확인됐다. 반대로 부모와 자녀, 형제 등 혈연관계가 확인된 사람들은 묘지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무덤의 위치만으로 당시 가족관계를 짐작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죽어서 같은 자리에 누웠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당시 기독교 장례 관습이나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묘지 운영 방식 등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베스테르후스에서는 다른 흔적도 발견됐다. 남성과 여성이 교회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구역에 묻히는 경향이 있었는데 어린아이들도 비슷했다. 남자아이는 남성 쪽에, 여자아이는 주로 여성 쪽에 자리했다.


유골 가운데 연구진이 ‘레이디 56’이라고 부른 젊은 여성도 있다.


30세 이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의 혈연을 추적하자 부모와 남자 형제, 두 딸이 확인됐다. 모두 가까운 곳에 묻혀 있었지만 한자리에 모여 있지는 않았다.


레이디 56의 무덤에서는 가리비 껍데기가 나왔다. 중세 유럽에서 가리비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자와 연결되는 상징물이다. 북유럽에 살던 이 여성이 유럽을 가로지르는 먼 순례길에 올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뼈만 남은 무덤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관계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 누운 사람이 가족이 아니었고, 오히려 떨어져 묻힌 사람들 사이에서 혈연이 이어졌다.


젊은 여성 곁에 남은 작은 가리비 껍데기 하나는 수천㎞를 오간 여행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천 년 전 무덤은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그 무덤을 바라보는 우리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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