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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넘게 유리관 속에…레닌 유해를 둘러싼 러시아의 고민

  • 화영 기자
  • 입력 2026.11.0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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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장 찬성 57%에도 결론 못 내린 러시아…102년째 이어지는 논쟁

[인터내셔널포커스] 1924년 1월 21일 사망한 소련의 혁명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유해가 102년이 지난 지금도 모스크바 붉은광장 영묘에 안치돼 있다. 소련은 1991년 해체됐지만 러시아는 아직 그의 유해를 매장하지 않았다.


레닌은 모스크바 외곽 고르키에서 53세로 사망했다. 당시 소련 지도부에서는 장례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일반적인 매장을 주장하는 측이 있었던 반면, 유해를 보존해 국민이 계속 참배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레닌의 부인 나데즈다 크룹스카야는 남편을 우상화하거나 거창한 기념사업을 벌이는 데 반대했다. 그러나 소련 지도부는 레닌의 유해를 장기간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혁명 지도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일이 점차 국가적 기념사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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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 레닌 영묘 내부에 안치된 블라디미르 레닌의 유해. 1924년 사망 이후 100년 넘게 특수 방부처리로 보존되고 있으며, 매장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영구 보존이 확정됐던 것은 아니었다. 겨울철 추위로 부패가 늦춰졌지만 기온이 오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소련 당국은 냉동 보존 등을 검토한 끝에 해부학자 블라디미르 보로비요프와 생화학자 보리스 즈바르스키가 제안한 화학적 방부처리 방법을 채택했다.


두 사람은 1924년 봄부터 특수 약품으로 유해를 처리했다. 이후에도 피부와 조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관리가 이어졌다. 오늘날 영묘에 안치된 유해는 한 차례의 방부처리만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된 관리 작업의 결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유해를 다른 도시로 옮기기도 했다. 1941년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하자 소련 당국은 레닌의 유해를 서시베리아 튜멘으로 이전했다. 1945년 전쟁이 끝나갈 무렵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매장 문제가 다시 정치적 논쟁으로 떠오른 것은 소련 해체 이후였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혁명 지도자의 유해를 국가가 계속 보존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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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민의 생각도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CIOM)이 2024년 1월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3%는 유해를 영묘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즉시 매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30%, 훗날 매장하자는 의견은 27%였다.


두 매장 찬성 응답을 합치면 57%로, 영묘 유지 의견보다 높았다. 다만 매장 시기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었다. 매장 자체에 대한 찬반과 언제 결정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러시아 공산당과 일부 시민들은 레닌 영묘를 소련 역사와 연결된 중요한 유산으로 여긴다. 반면 매장을 주장하는 측은 유해를 계속 공개 전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장례 관습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매장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24년 12월 기자회견에서 언젠가는 사회가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사회를 분열시키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레닌의 유해가 붉은광장에 남아 있는 이유를 보존 기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매장에 찬성하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러시아 정부가 지금까지 매장을 서두르지 않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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