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영춘 (연변일보)
지난 19년 전 갑A 연맹전 중경전위환도와의 관건적인 원정경기에서 또 한 번 심판의 “검은 휘슬” 희생양이 된 연변오동, 억울함과 원통함을 참을 수 없어 중앙 TV 방송국 기자에게 내뱉은 고종훈의 이 신랄한 저주는 중국 축구의 운명을 관심하고 우려하는 수 많은 축구 팬들 속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그 당시 중국 부정축구에 대한 비난의 대명사로 각인되었었다.
열악한 경제여건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며 중국 프로축구 백화원의 한 떨기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일한 소수민족 축구대표팀-연변 FC, 매껨의 경기에서 가장 정중한 대접을 받아야 했을 막둥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정비리로 얼룩진 축구계는 금전의 유혹에 끌려 연변이 출전하는 경기마다 “검은 휘슬”을 비롯한 비정의 철퇴를 가차 없이 휘둘러 대면서 사사건건 연변을 압살하고자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중국축구는 미래가 없다!”는 고종훈의 저주는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터쳐낸 울화와 분노의 폭발이었다. 늘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했던 연변지역에서 대학생과 시민들로 결성된 시위 대오의 분노한 움직임에 이어 자치주 지도자가 상경하여 중국축구협회와 국가민족사무위원회에 상소문을 올리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것도 바로 이때였다.
어떤 목적에서였던간에 조선족 축구팀을 천방백계로 괴롭히는 축구계의 불량한 시도가 가시화되면서 연변사람들이 드디여 축구에 대한 그제날의 천진하고 단순한 스포츠적 인식에서 깨어날수 있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동안 강급, 매각 등 최악의 사태가 겹치고 시장화의 잔혹한 현실과 축구계 부정비리의 혼탁한 기류에 여지없이 노출되는 이중 슬픔을 겪으면서 축구에 대한 전방위적인 이념전환 시련의 언덕을 넘어선 것 또한 연변이 어마어마한 “수험료”를 지불하고 바꿔온 값진 결과가 아닐가?
축구계 부정비리에 대한 무자비한 청산과 더불어 중국축구협회가 출범시킨 축구발전의 거창한 프로젝트가 안아올 중국축구의 굴기(崛起)에 대한 부푼 기대속에 50년만의 갑급리그 우승을 거쳐 15년만의 슈퍼리그 복귀를 일궈낸 연변축구 또한 환생의 고삐를 잡은걸가? 필자의 생각은 우려반, 기대반이다. 나무는 가만있으려는데 바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슈퍼리그와 갑급리그 진영에 세차게 몰아치는 그 급수가 세계 넘버원 수준인 금원폭풍, 이 무시무시한 금원태풍에 대한 축구계의 찬반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금원경쟁이 단지 해외스타 영입에만 적용된다고 누가 못박을수 있을가? 금원경쟁의 목적이 기실 축구발전의 장원한 이익과 추구가 아닌 시즌 경기성적에만 집착한 각축전에 있다고 할 때 경기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물밑 금원거래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치렬한 금원경쟁의 폭풍속에서도 부정부패는 다만 축구계의 부끄럽던 어제날 역사의 “과거형”이고 “렴결청렴”만이 오늘날 축구계의 아름다운 현실의 “진행형”이라 속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뿐이다. 지금까지 슈퍼리그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행태에서 미루어보면 금원경쟁에서 워낙 상대가 될 수 없는 연변, 또다시 19년전 비극의 희생양으로 전락될 소지가 충분하다는게 필자의 소견이다.
19년전 “중국축구는 미래가 없다”는 “경전비난”의 도출팀인 연변은 19년후 “미래가 없던 중국축구”를 “미래가 있는 중국축구”로 변신시키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금원으로 잔뜩 부풀린 상대팀과의 격돌에서 연변만의 뛰어난 축구이념, 전술풍격, 정신투지로 다져진 비대칭전략으로 참신한 축구풍경선을 펼쳐보였고 그라운드 외곽에서는 연변의 사랑스런 축구팬들이 축구고향의 아름다운 관전응원문화의 진수를 선물하면서 중국 축구관전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일조하였다.
하지만 천시지리인화(天时地利人和)의 좋은 축구환경에서 공평하고 멋진 경기분위기의 도출을 학수고대했던 축구고향 연변사람들에게 넌지시 다가온 현실은 실망적이라 할 수 있었다. 올 슈퍼리그 11라운드의 경기에서 간단없이 노출된 통제불능의 “검은 휘슬” 행위가 주심의 단순한 오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천만다행이지만 광범한 축구팬들은 회의적인 시각이다. 대충 잡아도 네댓건을 웃도는 심판의 틀린 판정은 누가봐도 의도적 인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산동로능전, 중경력범전, 하북화하전, 랴오닝훙윈전 등 경기들에서 속출한 오심들은 연변에게 치명적인 것이었다. 분명한 옵사이드를 골로 인정한 하북화하전 경기후 연변의 강한 반발에 의해 중국축구협회가 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사과함과 동시에 향후 공정한 심판을 약속했지만 연변에게 강요된 억울한 경기결과는 뒤집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람을 쳐서 능지처참을 만들어 놓고 손해배상도 없는 사과한마디가 과연 “검은 휘슬”의 재발을 원천봉쇄할수 있을가? 아직도 어려운 경기들이 줄줄이 포진돼있는 약소군체 연변의 향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일전에 필자는 북경에 계시는 80세 고령의 한 조선족축구팬 할머니의 통한의 전화를 받은적이 있다. 올시즌 연변의 출전경기를 빼놓지 않고 관전한 할머니는 “검은 휘슬”의 피해속에서 고전하는 연변의 억울함을 지켜보다가 참을 수 없어 필자에게 울분을 털어놓게 된 것이다.
“연변팀이 왜 이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우?...서장이나 신강의 소수민족팀이 이런 수모을 당했으면 어쨌을가 늘 생각해 본다오. 왜 연변은 잠자코 있는거요?”
인터넷을 통해 한 조선족여성축구팬이 털어놓은 진지한 경기소감을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다.
“부당한 대우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이렇게 잠자코만 있는다면 우리는 한낱 밟아도 꿈틀할줄 모르는 지렁이로 간주될 것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큰힘을 만들어 ‘나쁜 운’이 또다시 쉽게 우리의 사랑하는 연변팀에 범접하지 못하게 막아서야 한다.”
연변이 19년전에 겪었던 그같은 악몽이 오늘 또다시 재연되는 것은 연변만의 비극이 아니라 중국 축구계의 불행으로 각인될 소지가 많다. 외적스타 영입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했던 금원경쟁이 결국 그라운드 휘슬의 공정성을 마구 휘젓는 바이러스로 확산되나?! 축구심판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이제는 그라운드의 공정한 경기를 위해서는 축구심판원마저 해외에서 수입해 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과 더불어 허탈감이 증폭될 위기, 그것을 막기 위해 중국축구계는 자성과 각오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느낀다.
“중국축구는 미래가 없다”의 비난이 더는 오늘날 중국 축구의 현주소로 되지 말기를 바라는 소원이 연변축구 환생의 현실속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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