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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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철민 기자] 14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발언은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 등의 지지를 얻었지만, 일부 정치인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략적 자율성을 요구하는 유럽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의 위기와 국제 구도의 심각한 변화를 배경으로 일부 유럽 정치인들이 침식된 유럽의 자율성을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과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이해 차이 때문에 유럽에서 전략적 자율성의 실현은 결코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다.


최근 마크롱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9일 프랑스 일간지 '레 제코'와 미국 일간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롱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마크롱은 유럽이 직면한 큰 위험은 "우리의 것이 아닌 위기에 빠지는 것"이라며 "유럽이 스스로를 '미국의 추종자'로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기·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유럽이 자체의 방위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에너지 공급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지난 11일 네덜란드 방문 중 헤이그에서 열린 유럽 주권 문제에 대한 연설에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주권의 필요성이 입증됐다며 유럽이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하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추종자가 아니라 "규칙 제정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소셜미디어에 "우리의 유럽 경제 주권, 이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는 글을 연달아 올리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촉구했다.


마크롱의 발언은 프랑스와 EU 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미셸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은 EU가 미국과의 동맹에 강하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런 동맹 때문에 우리가 맹목적이고 체계적으로 모든 사안에 미국의 입장을 따를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정산업디지털주권부 장관은 “유럽은 경제·군사·금융 분야뿐 아니라 ‘사고의 자주’를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 정치정책실장은 ‘유럽, 이제 깨어날 때’라고 호소했다. 롤프 뮈체니히 독일 연방의원 사회민주당 원내대표는 EU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종속이 아니라 가능한 한 독립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마크롱의 주장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 시점에서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현재 EU가 직면한 현실적인 도전, 즉 전략적 자율성이 침식되었음을 반영한다.


전략적 자율성은 항상 유럽 통합 사업의 원대한 목표였다. 드골에서 시라크, 게르하르트 슈뢰더에서 메르켈에 이르는 정치인들의 지도하에 유럽은 이 목표를 향해 노력했고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위기가 고조된 이후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은 전례 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유럽 대륙의 전쟁 재개를 앞두고 EU는 군사적으로 행동 능력이 거의 없어 미국 주도의 나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은 미국에 휘둘려 우크라이나 지지와 러시아 제재에서 자주적 입장을 잃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이루려면 러시아를 모욕하지 말라"는 마크롱의 이성적 발언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추종자'가 되는 것은 유럽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러시아에 대한 극단적인 제재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증가로 이어져 많은 유럽 국가에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EU는 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미국을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또한 미국은 유럽 녹색산업의 미국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높은 보조금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공포해 EU 내부에서도 불만과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유럽 싱크탱크인 유럽대외관계위원회의 울리크 프랭크 선임정책연구원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 또는 유럽 주권의 이상과 이념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미국에 직접 의존하기보다는 더 강해지고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크롱 등 유럽 지도자들의 '각성'은 EU가 진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세계 다극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야망을 북돋웠다. 그러나 이들은 특히 일부 EU 국가들의 반발과 대서양 횡단파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역사적인 이유와 현실적인 지정학적 고려 때문에, 적지 않은 중동 유럽 국가들이 반러 입장을 취하고 있다. 수년간 이들 “신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향해 자발적으로 접근하면서 프랑스와 독일로 대표되는 “구 유럽”과 자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마크롱의 최근 대미 의존도 축소 발언은 곧바로 이들 국가의 거센 반발을 샀다.


폴란드 두다 대통령의 외교 정책 고문인 마르친 프리닥은 바르샤바가 워싱턴으로부터의 어떠한 이탈도 승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이 미국을 더 필요로 한다고 믿는다... 오늘날 미국은 프랑스보다 유럽의 안보를 더 잘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통합과 대서양 횡단 연합은 항상 EU 내외 정책의 두 기둥이었고, 이로 인해 유럽 본토파와 대서양 횡단파의 두 가지 정치적 세력이 형성되었다. 마크롱의 주장은 유럽 본토파의 지지를 받았지만 대서양 횡단파의 반대에 부딪혔다. 친미 독일 녹색당과 자민당 인사들은 마크롱의 입장이 유럽에는 현명한 전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일부 언론과 싱크탱크는 마크롱의 발언이 시대착오적이고 유럽과 미국의 결속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브뤼셀과 파리 정치권에 정통한 프랑스계 유럽의회 의원 에르베 주완은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EU 인사들을 끌어들이거나 싱크탱크 전문가들로 하여금 목소리를 높이도록 하고 있으며 적지 않은 동료 의원들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점에서 마크롱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지만,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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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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