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중국동포사회문제연구소장)
진나라 서울 함양으로 치달아 들어간 항우는 이전에 유방에게 항복한 진왕 영(瓔)을 죽이고 궁궐에 불을 질렀다. 불은 석 달을 두고 탔다고 한다. 항우는 시황제의 무덤도 파헤쳤으며 진나라의 재물들을 모두 거둬 갔다. 부녀자들도 모두 붙잡아 갈 만큼 항우의 군사는 갖은 잔학한 짓을 다하고는 함양을 떠났다.
그때 한생(韓生)이란 사람이 항우에게 말했다.
“진나라 땅은 지리가 좋고 땅도 길어서 이곳에 도읍을 정하면 천하의 패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우는 잿더미가 된 진나라 궁궐들이 보기에도 싫었을 뿐 아니라 고향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한생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사람이 부귀하게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밤에 비단 옷인지 누가 보고 알아 줄 것이냐.”
한생은 기어이 고향으로 가려는 항우를 보고 ‘초나라 사람들은 원숭이가 감투를 쓴 꼴이다.’고 했다가 항우의 노염을 사서 잡혀 죽었다.
항우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역사상 굉장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따라서 이 고사가 후세에 전해지면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 스스로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행위를 빗대 ‘원숭이에게 감투 꼴’이란 속담으로 전해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 속담을 우리 현실에 적용시켜보면 재한조선족사회 상황에 신통하게 하모니가 되어 있다.
10년 전의 일이다. 00한국 분이 필자에게 왈,
“한국에 온 조선족 분들이 평균 수준이 굉장히 높네요.”
“무슨 말씀인지?”
“저마다 선생(교사) 했다는 분들이 엄청 많네요.”
“아~, 그래요.”
뻥이다. 뻥도 보통 뻥이 아니라 한심한 강냉이 뻥 튀기 식의 뻥이다. 10년 전에 한국에 온 조선족 중에 교사했던 사람이 있었지만 극히 소수였다.
00단체장의 우스운 이야기다. 자신은 조선글, 조선말 잘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연길에서 00중학교에서 선생 했다고 자랑한다.
“그 학교가 조선족중학교인데”라고 말했더니
“아, 잘못 말했는데 xx중학교요.”
“그 학교도 조선족학교인데요.”
얼굴이 원숭이의 궁둥이가 되어 머뭇거린다.
선생 해 본 적이 없는 단체장이 자신이 있어 보이기 위해 선생 했다고 뻥 친다. 조선족사회 리더라고 하는 단체장이 이 정도로 뻥 치고 있으니 일반 구성원들이야. 또 법원이나 검찰원에서 일반 직원으로 심부름이나 하던 조선족이 한국에 와서 자신은 중국에서 판사 혹은 검사였다고 뻥친다. 왜냐? 한국에서는 판사나 검사가 최고 엘리트로 대접받기 때문에 자신을 최고 엘리트로 포장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재일조선족사회와 재한조선족사회 최대 구분이 바로 전자는 유학생 주류로 형성된 것인데 비해 후자는 노무일군을 주류로 형성된 것이다. 더욱이 한국에 온 조선족은 머리 쓸 필요 없이 팔다리가 멀쩡하면 모두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85만이나 밀려 온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국가이다. 민간단체 설립이 굉장히 쉽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슬쩍슬쩍 한두 마디 변경해서 정관이나 만들고 회원 명단만 작성하면 되고 활동 내역도 어지간히 만들어 넣으면 00협회란 법적 등록이 가능하다. 재한조선족사회 00협회 이름으로 된 단체가 한 때 가장 많을 때 60여 개나 있었다. 개혁개방 직후 80년대 연길에 실체나 실속 없는 피빠아오꿍쓰(皮包公司, 허수아비회사)가 너무 많아 당시에 ‘무슨 놈의 꿍쓰(회사)가 변소간보다 더 많다.’는 말이 유행되었다. 재한조선족사회 단체들이 똑 마치 그때 피빠아오꿍쓰(皮包公司, 허수아비회사)를 신통하게 닮았다. 구체적인 일은 하는 것이 전혀 없이 일단 단체장이라는 감투만 쓰면 능력은 없어도 자신이 큰 벼슬을 한 것처럼 개폼을 잡는다. 능력이 있을 수가 없다. 이들 ‘회장님’들은 중국에 있을 때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고 더욱이 단체장 가운데 대학문을 나온 사람이 거푸 한두 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재한조선족단체와 재일조선족단체의 큰 차이다.
“저희들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여전히 재한조선족사회 리더로 활동하고 있어요.”
한국00사법기관 동포 관련 간담회에서 나온 조선족 단체장의 발언이다. 한국공무원들이 재한조선족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정말 창피하다. 창피한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국가이고 동포밀집지역 관공서와 서울시청 등에서 다문화(이럴 때면 조선족도 다문화에 포함시킨다.) 관련 간담회가 많다. 뻥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선생 했다거나 언론 관련 기관에 종사했다거나 혹은 자신을 지식인이라 폼 잡는 사람들이 회의에서 하는 발언들을 들고 있노라면 한국어가 서툰 것은 허물도 아니다. 회의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 말을 길게 늘여놓고 게다가 목소리도 크고 악센트도 세서 동네망신이다. 참다못한 사회자께서 마이크를 놓으라고 제지한다. 단체장들은 스스로 재한조선족사회를 대표한다고 자랑한다. 문제는 대표라는 사람들이 이 수준이니 한국공무원들이 이쪽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겠는가?
“중국에 있었을 때 같으면 함께 같은 밥상에 마주 않지도 못했을 ‘빈 깡통’들이 한국에 와서 회장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정말 못 봐주겠다.”
조선족출신 00공무원의 말씀이다.
재한조선족사회에 정말 불가사의한 이상한 현상이 한 가지 있다. 중국에서 경찰한테 감히 대들지 못하던 조선족들이 이상하게 한국에 와서 한국경찰한테 협조하지 않을뿐더러 경찰을 무시하고 을러멘다.
“사건 현장에 출동할 때면 둘이 갈 일을 넷이 가고 넷이 갈 것을 여덟이나 갑니다. 동포들이 군중영웅심리가 강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지나가던 동포들이 경찰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어 많이 출동해야 합니다.”
동포밀집지역 경찰공무원의 고충이 담긴 고백이다.
왜, 이럴까?
중국에서 돈고생 하다가 한국에 와서 얼마간 돈을 벌었으니 세상이 녹두 알만해 보이고 자신이 영웅이나 된 것처럼 행세한다. 이런 조선족이 굉장히 많다. 일하기 싫어 입에 풀칠도 곤란한 동포들이 한군데 모여 빈둥대면서도 트럼프부터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중국정치부터 일본우익에 이르기까지 세상사를 논하는데 한다하는 정치논객들을 뺨 칠 정도다. 서로 제 말이 옳다고 우겨대는 목소리는 온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있노라면 진짜 원숭이에게 감투 꼴이란 말이 실감난다.
한국사회가 재한조선족사회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 ‘모든 일은 남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반성하자.’
이것이 필자의 일관된 신조이다.
언제 가면 재한조선족사회가 지적으로 변화되어 한국사회로부터 환영받는 집단으로 거듭날까? 지금으로서는 막연해 보인다.
참고로 모든 단체장이 다 그런 것처럼 이 글을 오해할 수 있는데 일부 조선족단체장들은 훌륭한 일을 많이 해서 한국정부로부터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 재한조선족은 묵묵히 열심히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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