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료주의·인프라·문화적 한계를 넘어서야
●허 훈
"왜 14억 인구의 나라에서 제대로 된 축구선수를 찾기 어려울까?" 이 질문은 중국 축구 팬들의 가슴을 저미는 동시에, 축구 관계자들에게는 골칫거리로 남아왔다. 최근 중국 축구계에 만연한 매관매직과 승부조작, 뇌물수수 등 부패, 비리행위가 속속 밝혀지면서, 중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단순히 몇 경기 결과에 대한 의혹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부패를 드러내는 증상이다.
거울에 비친 중국 축구의 추락
2002년 월드컵 첫 진출 당시 중국은 '아시아의 슈퍼루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아시아 예선조차 험난한 여정이 됐다. 원인은 분명하다. 황금기를 맞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은 외국인 선수와 유명 감독을 앞다퉈 영입하며 '빨리 빨리' 전략에 몰입했다. 그 결과, 한 축구계 관계자의 말처럼 "유소년 팀은 예산 삭감에 시달리며 맨땅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방치했다."
이러한 단기주의는 축구계에 거품을 일으켰다. 2016년 광저우 헝다의 마르셀로 리피 감독 영입 당시 연봉은 2000만 유로(약 314억 원)에 달했으나, 정작 전국 청소년 축구장은 2015년 1만2천 개에서 2020년 7만 개로 늘어나는 동안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베이징 교외의 한 축구장은 3년 전 준공됐지만 잔디 관리 부실로 흙바닥이 되었고, 농촌 지역에서는 아예 구장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5중 고리의 사슬이 묶은 축구 강국의 꿈
중국 축구의 문제는 하나의 고리가 아닌, 서로 얽힌 5개의 사슬로 볼 수 있다. 첫째, 유소년 시스템의 붕괴다. 지역별 코치의 역량 차이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 강남과 제주도의 교육 격차보다 크다. 둘째, 리그의 신뢰도 추락은 팬들을 떠나게 했다. 2023년 중국 슈퍼리그 평균 관중은 1만5천 명으로, K리그(1만 명)보다 높지만 이는 인구 대비 1/10 수준의 초라한 기록이다. 셋째, 관료주의의 늪에 빠진 축구협회는 지난 10년간 7차례 정책을 바꿨지만, 이는 각료의 입맛에 따른 변화였을 뿐이다. 넷째, 학업 우선주의는 부모들로 하여금 "축구선수가 되면 대학 문이 닫힌다"는 공포를 심었다. 다섯째, 인프라 부족은 인구 대비 축구장 수치(2만 명당 1개)가 독일(6천 명당 1개)의 1/3 수준이라는 사실이 말해준다.
일본이 보여준 해법, 그러나 중국에 필요한 것은
일본 J리그는 1993년 출범 당시 "50년 계획"을 세웠다. 2005년 'JFA 아카데미'를 설립해 전국에서 유망주를 육성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벨기에에 승부를 뒤집힌 아쉬움 속에서도 전 세계가 인정하는 축구 강국으로 도약했다. 중국이 제시한 2025년 5만 개 학교 축구장 건설 계획은 이런 모델을 본떴지만, 단순히 시설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의 성공 비결은 '축구를 교육 시스템에 녹여낸' 데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통해 리더십과 팀워크를 배우는 문화가 필요하다.
중국의 9월 초등학교 축구 수업 편성은 출발점으로서 의미 있지만, 학부모의 인식 변화 없이는 그림의 떡이다. 베이징의 한 엄마는 "아이를 축구장보다 영어 학원에 보내야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한국의 입시 지옥과 닮았지만, 더 극단적이다.
개혁의 열쇠는 '독립성'과 '실패 허용'
중국축구협회의 독립 법인화 추진은 관료주의 타파의 시작이다. 하지만 2015년에도 비슷한 개혁 시도가 무산된 전례가 있다. 당시 한 체육국 관계자는 "축구가 정치적 목표 달성 도구로 전락했다"고 회고했다. 진정한 독립이 이루어지려면 정부가 승부수보다 장기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실패에 대한 중국 사회의 민감함이다. 리옹 스포츠대학 왕밍 교수의 지적처럼 "선수들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만들려면, 사회가 먼저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2019년 중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왕솽 선수가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후 SNS에서 집단 조롱을 당한 사건은 이런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축구 강국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
카타르가 2022 월드컵 유치를 위해 15년간 2000억 달러(약 2600조 원)를 투자한 것처럼, 중국도 20년 단위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2035년까지 축구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유소년 육성에서 리그 운영까지 모든 고리가 정직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중국 축구의 부활은 단순히 경기장에서 이기는 것을 넘어, 사회 시스템의 성숙도를 시험받는 과정이다. 만약 이 거대한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14억 인구의 꿈을 실현하는 것 이상으로, 스포츠를 통해 사회 개혁의 모델을 제시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흙먼지 날리며 맨발로 뛰던 농촌 소년이 월드컵에서 결승골을 넣는 이야기–그것이 진정한 중국 축구 혁명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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