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호주에 정착한 중국계 이민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이중국적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도 중국 내 신분을 유지해 온 이들의 편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모른 척하면 괜찮을 줄 알았다”
10여 년 전 호주 국적을 취득한 멜버른 거주자 린모(林某某·가명) 씨는 지난달 고국을 방문했다가 출국길에 뜻밖의 벽에 부딪혔다. 평소처럼 항저우 공항의 자동 출입국 게이트에 호주 여권을 넣었지만, 평소 들리던 ‘삑’ 소리는 나지 않았다. 대신 모니터에 붉은 경고문이 떴다.
“시스템에 이중국적 기록이 있습니다. 중국 내 주민등록(戶籍)을 먼저 말소해야 출국이 가능합니다.”
순간 린 씨는 얼어붙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호주 시민이 됐지만, 중국 신분증과 호적은 그대로 둔 채 “굳이 말하지 않으면 문제 없을 것”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현장에서는 또 다른 중국계 외국 여권 소지자도 같은 이유로 발이 묶였다. 공안 관계자는 “현재 출입국 시스템이 전국 호적망과 연동돼 있다”며 “외국 여권을 스캔하는 즉시 국내 호적 정보가 자동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린 씨는 결국 출국하지 못한 채 체류 연장을 신청해야 했고, 호주행 항공권은 무효가 됐다. “그동안은 그냥 편의상 두 신분을 유지했을 뿐인데, 이제는 완전히 막혔다”며 “이번엔 정말 도망칠 구멍이 없다”고 토로했다.
“자동으로 국적 상실”… 법은 이미 명확했다
이 사태의 근본에는 1980년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국적법>이 있다. 법 제3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제9조에서는 “외국에 정주한 중국 공민이 자원(自願)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자동으로 중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과거에는 행정 시스템의 한계로 이 조항이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했다. 출입국 정보와 호적 데이터가 분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국 호적망과 출입국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되면서, 이른바 ‘이중 신분’의 회색지대가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중국 해관총서는 ‘스마트 통관’을 추진 중이며, 2025년까지 인공지능·생체인식 기술을 전면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국 여권을 제시하는 순간, 얼굴인식 시스템이 국내 호적 데이터와 즉시 비교·분석해 불일치를 탐지한다. 이 과정은 몇 초면 충분하다.
“이젠 기술이 법을 대신 집행한다”
이중국적 단속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중국 신분증을 유지하며 각종 편의를 누려온 교민들의 ‘편법’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일부는 중국 내 부동산 거래, 은행 계좌 개설, 의료보험 혜택, 심지어 연금 수급까지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 법망은 기술로 더욱 정교해졌다. 공안부는 이미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가 호적을 말소하지 않은 경우, 확인 즉시 강제 말소 조치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상하이·푸젠 등 지방정부도 구체적인 신고 절차를 공지하며 단속을 본격화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강화가 아니라, “국적 질서 회복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한 중국 법학자는 “국적은 권리이자 책임의 문제다. 기술로 인해 법 집행의 사각지대가 사라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 정착한 중국계 시민이라면, 귀국 전 반드시 자신이 등록된 호적의 말소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린 씨처럼 공항에서 출국이 막히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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