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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일본 국적 화교의 고민

  • 화영 기자
  • 입력 2025.10.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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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도쿄 이케부쿠로의 한 중식당.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중국어 주문 외침이 뒤섞이며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민과 불안이 숨어 있다. 일본 국적을 가진 일부 화교들은 식탁 위의 마파두부를 맛보면서도, 이 맛을 고국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일본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본 여권을 가진 화교 일부는 몰래 마음속으로 묻는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중국의 대응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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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일본으로 이주하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2024년 한 해에만 3,122명이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인이 주도하던 ‘이민 순위’에서 처음으로 중국인이 앞선 사례였다. 이번 이주 행렬의 약 70%는 80·90년대생으로, 평균 나이는 36세에 불과하다. 이들은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깊은 고민과 계획을 거쳐 신분을 투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주를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려 요소는 현실적인 혜택이었다. 자녀 교육, 의료 서비스, 사회적 안전망 등은 일본 국적을 취득하면 보다 편리해진다. 특히 자녀들은 일본 국적을 가지면 공립학교 진학이 가능하고, 일부 정책적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반면 일본 국적이 없는 자녀는 국제학교를 다니거나 교육 자원이 부족한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

도쿄에서 IT 업계에 종사하는 한 화교는 “아이의 진학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본 국적을 얻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적을 바꾸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한 이민자는 “국적을 바꾼 날, 아버지에게 3개월 동안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조국을 잊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적의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가족과 기억, 감정의 연결을 흔드는 일이기도 하다.

또 일본의 영주 제도도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2027년부터는 세금이나 보험 미납, 체류카드 미갱신 등으로 영주권을 상실할 수 있어, 원래 현 상태를 유지하려던 사람들에게도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많은 화교는 일본 국적을 먼저 취득한 뒤, 필요하면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일본 국적을 가지면 귀국은 쉽지 않다. 중국 국적법상 ‘국적 복원’은 간단하지 않고, 조건과 절차가 까다롭다.

중국 해외 공관은 자동으로 중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게 증명서를 발급하지만, 서류 준비가 복잡하고, 정착을 위해서는 일본 여권으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단기 방문은 Q2 비자, 장기 체류는 Q1 비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연장은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온라인에서는 “가난할 때 나가더니, 지금 와서 혜택을 누리려 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또한 일본에서 태어난 2세 화교들은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일본식 생활에 익숙해, 귀국하더라도 완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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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령화, 경제 침체, 취업난은 많은 일본 국적 화교에게 미래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2024년 일본 인구는 16년 연속 감소했고,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6%에 달했다. 간호·IT 분야는 인력이 부족하고, 경제 활력도 저하됐다. 이에 장기간 일본에서 살아온 화교들은 “앞날이 불투명하다”며 희망을 중국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기회도 존재한다. 특히 중일 경제 교류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일본 국적 화교는 중개, 번역,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기업 협력 등에서 역할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본 여권만 가진 ‘화교’ 신분으로는 중국에서 외국인 취급을 받으며, 부동산 구매, 학교 입학, 취업 등 각종 규제를 따라야 한다. 일부 지방정부는 ‘귀국 화교’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주로 고급 인재 대상이다. 일반인은 조국 정체성만으로 기회를 잡기 어렵다.

결국 일본 국적 화교들이 귀국을 선택하는 일은 신분과 문화, 제도라는 세 가지 조건 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과정이다. 단순한 감정적 결정이 아니라, 개인과 국가가 얽힌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도쿄 출입국관리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 여권을 확인하는 사람, 복잡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섞여 있다. 이들 중에는 일본 사회에 막 적응한 ‘신 일본인’도, 귀국을 결심한 ‘중국인’도 있다.

중국은 국적 정책에서 큰 유연성을 허용하지 않으며, 사회적 인정 역시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문을 닫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에게 진지한 준비를 요구하는 신호다.

귀국의 길은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한 번 외국으로 나간 사람이라면 돌아오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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