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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4조원, 하루 800건 수술…아시아 최대 병원의 빛과 그림자

  • 허훈 기자
  • 입력 2025.11.1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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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에 자리 잡은 정저우대학 제1부속병원(郑州大学第一附属医院·정대일부)은 지금 ‘아시아 최대 병원’으로 불린다. 하루 평균 800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연 매출은 200억 위안(약 4조 원)을 넘는다. 규모로만 따지면 하나의 의료 도시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거대 병원은 중국 의료체계의 불균형과 부패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정대일부의 부지 면적은 55만㎡, 병상은 1만2000개에 달한다. 병원은 다섯 개 분원으로 나뉘어 있으며 진료과는 95개, 병동은 324개에 이른다. 한 해 외래·응급 환자 수는 700만 명을 넘고, 하루에도 2만 명 이상이 몰린다. 응급실 풍경은 마치 기차역이나 공항을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17년 기준으로 이 병원은 연간 25만 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해 전국 2위 병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최근에는 연간 수술 건수가 30만 건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나왔다. 하루 800건의 수술이 일상이며, 환자 수가 집중되는 시기엔 하루 1000건이 넘는 수술이 동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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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규모는 병원 수입으로 직결된다. 2020년 정대일부의 연 매출은 218억 위안(약 4조3000억 원), 하루 평균 수입이 6000만 위안에 달했다. 같은 해 순이익은 10억 위안을 웃돌았다. 병원 직원만 1만1000명이 넘고, 이 중 90% 이상이 의료기술 인력이다.


정대일부의 폭발적 성장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따라붙는다. 2008년 병원장으로 부임한 간취안청(阚全程)이다. 그는 “허난성은 인구가 많고 의료자원이 부족하다. 병원이 커야만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며 공격적인 확장을 추진했다. 그가 부임할 당시 병상은 1800여 개에 불과했지만, 불과 몇 년 만에 7000개로 늘었다. 병원 수입은 75억 위안을 돌파했고, 언론은 이 병원을 ‘아시아 최대 의료기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도전의 대가는 컸다. 2016년 병원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 퍼졌다. 병원 대기실이 인파로 가득 찼고, 일부 의사는 하루 170명 넘는 환자를 진료했다. “의료가 공장처럼 돌아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간 원장은 “환자가 너무 많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질을 높이려면 일단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의 경영 방식은 철저히 성과 중심이었다. 진료·수술 건수가 많을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였다. 의사들은 주말과 공휴일에도 자발적으로 근무했다. 환자는 끝없이 몰려들었고, 병원은 늘 북적였다. 간 원장은 인재 확보에도 공격적이었다. 2016년에는 석·박사 680명을 한 번에 채용하고, 면접 지원자 전원에게 교통비와 보조금을 지급했다. “의료계의 군대식 확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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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병원 부원장 왕자샹(王家祥)이 의료기기 납품과 인사 조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뒤, 올해 6월 간 원장도 중앙 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감)에 의해 조사 대상이 됐다. 병원 내부의 권력형 비리가 폭로되자 “거대 병원이 아니라 거대한 이권 구조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대일부의 사례는 허난성의 의료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인구는 1억 명이 넘지만 의료자원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적다. 중증 질환이나 희귀병 환자 상당수가 여전히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향한다. 병원 하나가 아무리 커져도 ‘좋은 의사’와 ‘균형 잡힌 자원’이 없으면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난성은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12개의 국가급 지역의료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정대일부는 여전히 그 중심에 서 있지만, 의료의 질은 종합평가에서 전국 19위에 그쳤다. “세계 최대 병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성적이다.


올해 8월 새 원장이 부임하면서 병원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았다. 당국은 “규모보다 질, 성장보다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정대일부의 성공과 실패는 중국식 ‘대형화 의료’의 명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의료기관의 크기가 커질수록 책임도 커져야 한다는 교훈이, 이제야 무게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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