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허훈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공식적 표현은 ‘동포’지만, 현실의 시선은 종종 거리감과 불신을 포함한다. 일부 미디어와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산된 이미지가 편견을 고정시키고, 그 결과 조선족 혐오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왔다. 문제는 이제 이러한 감정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조선족 사회 내부에서도 한국을 향한 냉소와 피로감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조선족의 형성과정을 돌아보면 이 괴리는 더욱 뚜렷해진다. 일제 강점기와 가난, 정치적 억압을 피해 북간도로 향했던 조선인들은 낯선 땅에서 학교와 공동체를 세우며 정체성을 지켜냈다. 오늘날 조선족의 뿌리는 바로 이 역사적 경험에 닿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주요 담론에서 이러한 배경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조선족을 바라보는 인식은 종종 단편적이고, 특정 사건이나 이미지에 의해 규정되기 쉽다.
그동안 조선족은 범죄·불법 체류·저임금 노동의 상징으로 소비되어 왔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 사례들이 확대 재해석되며 집단적 낙인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으로도 ‘치안 불안’이나 ‘사회 갈등’이 강조될 때 조선족은 단골로 거론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구조적 배경은 사라지고, 동포 집단 전체가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였다.
하지만 최근 조선족 사회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중국 내 조선족 청년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일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동북 지역의 산업구조 변화, 현지 취업 환경의 개선, 그리고 한국에서 느끼는 차별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이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경제·사회적 조건 변화와 함께 형성된 흐름이다. 한국이 조선족을 ‘필요한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현실과, 당사자들이 느끼는 불평등·차별 경험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조선족 노동자는 제조업·서비스업·돌봄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이들의 존재를 주변화한다. 필요할 때는 노동력으로 환영하지만, 일상에서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잦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오래 미뤄온 구조적 과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단순한 감정 충돌로 축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혐오와 낙인은 사회 통합을 약화시키고, 더 넓게는 한국의 노동시장·지역 공동체·문화적 연결성에도 영향을 준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그 비용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가 나누어 짊어지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의 증폭이 아니라 구조적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디어가 만들어온 왜곡된 재현을 줄이고 사실 기반 보도를 강화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또한 외국인·동포 노동 정책을 투명하게 만들고, 제도적 차별을 완화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지역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교류와 상호 이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노동 환경 개선과 공정한 경쟁 조건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조선족 혐오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거울이다. 오래된 편견을 걷어내고 더 균형 잡힌 관계를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낡은 프레임 속에서 갈등을 키울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혐오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붕괴의 파편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다. 이제는 감정이 아니라 현실을 중심에 두고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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