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중단을 위한 전례 없는 수준의 휴전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상 전쟁 당사국이 아닌 ‘승전국’에 가까운 요구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외교적 타결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란 외무차관 카짐 가리바바디는 10일 “휴전의 가장 기본 조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더 이상 어떠한 침략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여러 국가가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외교 접촉을 이란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국영매체와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이날 수십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지지를 표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휴전 조건은 모두 6개다.
첫째, 모든 부당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동결 자산을 반환할 것.
둘째,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할 것.
셋째,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를 배상할 것.
넷째, 해외 체류 반정부 인사를 송환하고 대이란 언론 공세를 중단할 것.
다섯째, 헤즈볼라와 안사르 알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
여섯째, 중동 지역 내 미국 군사기지를 철수할 것.
또한 이란 측은 “아랍 또는 유럽 국가가 이스라엘과 미국 대사를 추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자유롭고 합법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사실상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상대로 이 같은 조건을 공식 요구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휴전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사 충돌은 오히려 격화됐다.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테헤란은 개전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공습을 받았다. 동·서·남부 전역에서 주야간 폭격이 이어졌으며, 동부 리사라트 광장 인근에서는 최소 40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누적 민간인 사망자는 1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이란 당국은 집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공습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한 휴전 조건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테헤란 외곽과 서부 아와즈, 이스파한, 카라지 등 주요 도시도 동시에 폭격을 받았다. 카라지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이 마비됐고, 이스파한에서는 주정부 청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왕궁이 공격받았다.
일부 현지 보도는 이스파한 폭발 지점이 핵시설 인근이라고 전했다.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의 상당수 농축 우라늄이 이스파한 지하 시설에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는 제33차 군사작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앞으로 1000㎏ 미만 탄두를 가진 미사일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탄두 미사일 중심의 공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미사일이 이미 이스라엘로 발사됐으며, 더 무거운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지역 내 다양한 목표물을 향해 계속 발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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