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미국·중국·러시아를 동시에 겨냥하며 “국제질서를 흔드는 행위에 맞서 EU는 규칙 기반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둘러싸고 유럽 내부에서도 입장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EU 지도부가 ‘국제법 수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3월 10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외교사절단 회의에서 연설한 코스타 의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중동 전체의 불안을 키우고 있으며, 더 위험한 지정학적 국면을 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극화 세계에는 다자 해법이 필요하며, 국제법을 힘의 정치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함께 언급했다. 코스타 의장은 “국제체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평화를 파괴하고, 중국은 무역 질서를 흔들며, 미국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스타 의장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과 국제 공급망 불안이 이미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에너지 가격 급등과 미국 무기 재고 감소, 국제사회의 관심 이동이 모두 모스크바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러 추가 제재 필요성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유럽 안보를 지키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타 의장은 “다른 나라들이 국제규범을 지키지 않더라도 EU는 더 강하게 규칙을 지켜야 한다”며 국제연합 헌장과 EU 조약이 외교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 가자, 중동, 라틴아메리카 어디서든 국제법 위반은 같은 기준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며 “이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폭격이 아니라 평화와 자유”라고 말했다.
같은 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전쟁은 이미 현실이 됐다”며 보다 현실적이고 이익 중심의 외교를 주문했다.
다만 이 발언은 곧바로 EU 내부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부 외교관들은 폰데어라이엔 발언이 27개 회원국 합의 없이 나온 개인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회원국 간 입장 차도 뚜렷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지만,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동을 공개 지지했다.
반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미군의 자국 공군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독일과 외교적 긴장이 불거졌다.
스페인 측은 메르츠 총리가 산체스 총리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미 폐기된 번호로 전화해 연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부총리 욜란다 디아스 는 “유럽은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술·금융·에너지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타 의장은 “EU가 위기 때 신속히 단일 입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가자 사태 등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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