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이를 "전략적 사고와 논리가 실패한 어리석고 황당한 백일몽"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핵무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통해 "조선의 핵무력은 앞으로도 한순간의 정체 없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보유국 지위는 국가의 안전과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담화는 지난 23일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화와 외교를 통한 비핵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아세안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편승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미 현실적 의미와 실천적 가치가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미국의 대변인이나 전달자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핵무력을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핵보유국 지위의 기정사실화를 추진해 왔다. 헌법 개정을 통해 핵무력 정책을 명문화했고, 김여정도 지난 6월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 아세안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미일은 안보 협의를 통해 대북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김여정 담화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사회에 기정사실로 인정받으려는 정치·외교적 메시지와 함께,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아세안의 대북 기조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비핵화 원칙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와 국제사회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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