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경제에서 ‘수요 파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위축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를 압박하면서 수요 감소 현상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4월 3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이러한 흐름이 일부 지표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파괴’는 가격 급등과 장기적인 비용 부담으로 인해 소비 자체가 줄어들거나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는 미·이란 관련 군사 긴장 이후 발생한 공급 충격을 두고 “역사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소비 감소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비 상승 영향으로 차량 이용을 줄이거나 외식·여행 등 지출을 축소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임금 증가세 둔화, 소비자 신뢰 하락 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2.3%)를 소폭 밑돌았지만 전 분기(0.5%)보다는 개선된 수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영향이 본격 반영될 경우 향후 경기 흐름이 다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회계·컨설팅 기업 RSM 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셀라스는 “시간은 미국 경제의 편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에너지 충격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소비와 투자 전반을 동시에 위축시키며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외식, 여행, 자동차 구매, 주택 거래 등 다양한 소비 활동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가계와 기업이 에너지 비용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 축소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어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경우 고용 감소와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외 원자재 공급 문제도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디젤 가격 상승은 물류비 증가를 통해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비료 공급 차질은 농업 생산 감소와 향후 식량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헬륨과 천연가스 등 산업 필수 자원의 공급 불안도 제조업과 의료 분야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시간주립대학교의 식품경제학자 데이비드 오르테가는 이러한 충격이 식품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나타나는 소비 감소는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루셀라스는 “소득 여력이 낮은 계층은 가격 상승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소비 축소는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소비자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소비 수준 자체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경제 전반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공급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더라도 경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전기차 전환, 원격근무 확대, 비용 절감 중심 소비 등 새로운 생활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미국 경제의 구조와 소비 행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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