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국 전쟁 우려·비자 발급 지연 겹쳐…타레미 '우리는 정치인이 아닌 운동선수'"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란 축구대표팀이 경기력 외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수들은 고국에서 이어지는 군사적 긴장과 가족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한편, 미국 입국 과정에서 불거진 비자 문제와 안전 논란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이지만, 이란 대표팀에게 이번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부 선수들은 훈련장에 나와서도 고국 소식을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가족과 친지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는 최근 멕시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재 선수단이 처한 심리적 부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타레미는 “가족은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존재”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가족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축구에만 집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선수로서 경기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하루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란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며 “정신적으로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란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전술 훈련과 체력 관리뿐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대회에서는 집중력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선수단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운동선수”
이란은 오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그러나 경기보다 더 큰 관심을 모은 것은 타레미가 미국 기자와 주고받은 문답이었다.
당시 기자가 이란 선수단의 안전 문제를 언급하자 타레미는 “참가국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개최국의 책임”이라며 “우리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미국은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기자에게 “당신은 우리가 미국에서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이란 선수단의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자, 타레미는 “우리를 정치인으로 보는가, 아니면 운동선수로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은 스포츠와 정치를 같은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운동선수”라며 “우리는 축구를 하러 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국제정치 갈등 속에서 선수들이 원치 않게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자 문제까지 겹친 이란 대표팀
이란 대표팀은 이번 대회 준비 과정에서 비자 문제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일부 지원 인력과 운영 스태프들이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은 입국했지만 팀 운영을 담당하는 일부 관계자들이 합류하지 못하면서 준비 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장 알리레자 자한바흐시는 “선수들만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원하는 스태프들도 대표팀의 중요한 일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참가국들처럼 정상적인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모든 참가국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비자 문제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대표팀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축제와 국제정치의 충돌
이번 논란은 북중미 월드컵이 스포츠와 국제정치가 교차하는 무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월드컵이다. 그러나 개막 전부터 일부 국가 관계자들의 입국 문제와 비자 발급 지연 사례가 이어지면서 개최국의 준비 상황을 둘러싼 논란도 발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모든 참가국이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분쟁과 외교 갈등까지 FIFA가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드컵은 국가 간 경쟁의 무대인 동시에 국경과 이념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축제다. 그러나 이란 대표팀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현실의 국제정치가 여전히 스포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국의 불안한 정세를 뒤로한 채 월드컵 무대에 선 이란 선수들은 이제 경기장 안에서는 축구에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다만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가족과 조국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것이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이 마주한 가장 어려운 상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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