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태양광과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재편하는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보호무역 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폴리실리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태양광 소재에서 시작된 경쟁이 고순도 반도체 소재로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국은 6일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관련 수입품에 최저수입가격을 설정하고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시행은 오는 12월 4일부터다. 태양광 공급망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 기반을 보호한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그러나 중국 기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2022년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시행 이후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유입을 강하게 제한해 왔다. 이에 따라 새로운 무역 장벽의 부담이 중국보다 미국 시장에 소재를 공급하는 독일과 한국 등 제3국 기업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폴리실리콘 시장의 구조도 주목할 부분이다. 태양광급 제품은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수익성이 낮은 반면, 반도체급 제품은 생산량은 적어도 높은 순도와 기술력이 필요해 부가가치가 크다. 중국은 대규모 설비와 공급망을 기반으로 태양광급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했고, 미국은 고순도 반도체급 소재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AI와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에 집중할 유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의 방대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기반은 장기적으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축적한 정제 기술과 공정 경험, 설비투자 능력이 고순도 제품 개발로 이어질 경우 중국 기업의 경쟁 영역이 반도체 소재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이러한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쟁력은 정부 지원뿐 아니라 거대한 시장과 안정적인 수요, 대규모 생산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물론 미국의 정책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핵심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경제안보 전략이 깔려 있다. 단기적인 비용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전략 소재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판단이다.
결국 승부는 관세 자체보다 규모와 시장, 고순도 정제 기술을 누가 동시에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이 관세로 태양광 공급망의 문을 좁히는 사이 중국이 대규모 생산 기반을 발판으로 고순도 반도체 소재까지 경쟁 영역을 넓힌다면, 보호무역은 중국을 견제하는 방패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자를 키우는 역설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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