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중 인공지능(AI) 경쟁이 기술 개발을 넘어 국제 협력망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AI 협력망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중국 주도 협력체와의 중복 참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각국의 선택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15일 미 국무부 내부 서한 초안과 미국 당국자를 토대로 미국이 ‘AI 기회 성명(AI Opportunity Statement)’ 참여국들에 중국 주도 경쟁 협력체와의 관계를 재고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AI 협력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협력체에 동시에 가입하는 것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미국 중심 협력망 참여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아직 확정된 미국 정부 정책은 아니다. 해당 문건은 발송되지 않은 내부 초안으로 전해졌으며 실제 발송 시점과 최종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 역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내부 문건에는 논평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을 우방·협력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팍스 실리카(Pax Silica)’는 AI와 첨단 반도체, 핵심광물 등의 공급망 안정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구상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35개국이 ‘AI 기회 성명’에 참여했다.
중국도 국제적인 AI 협력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상하이에서는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 서명식이 열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29개국이 창립회원으로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은 WAICO를 AI 기술과 거버넌스 분야의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의 AI 역량과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협력 플랫폼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측 협력망에 모두 참여한 카자흐스탄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미국 측 AI 협력 구상에 참여하면서 중국 주도의 WAICO 설립에도 동참했다. AI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까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중복 참여가 미·중 경쟁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 역시 향후 전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AI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 중국과도 밀접한 산업·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주도 AI 협력체와의 중복 참여 제한을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협력국들의 대중 기술협력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중 AI 경쟁은 이제 모델과 반도체를 넘어 핵심광물과 공급망, 국제규범과 협력국 확보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서한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AI 국제협력에서도 미·중을 중심으로 한 진영화 움직임이 한층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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