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세계 고속철도 경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이 5만㎞가 넘는 압도적인 고속철도망을 구축한 가운데 스페인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기존 철도 강국들이 촘촘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와 모로코, 미국까지 대규모 건설사업에 뛰어들면서 고속철 경쟁이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국제철도연맹(UIC)이 올해 6월 발간한 최신 「High-Speed Rail Atlas 2025」에 따르면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국제 비교 기준 4만7800㎞ 이상으로 세계 1위다. 스페인과 일본, 프랑스, 독일이 뒤를 잇는다.
중국 자체 최신 통계에서는 규모가 더 크다.
중국 국가철로그룹에 따르면 2025년 말 고속철 영업거리는 5만400㎞에 달했다. 2020년 3만7900㎞에서 5년 동안 약 1만2500㎞ 늘었다. 지난해에만 2862㎞의 고속철이 새로 개통됐다. 중국은 2030년까지 고속철 영업거리를 약 6만㎞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과 다른 방식으로 고속철 경쟁력을 구축한 곳은 유럽이다.
유럽 최대 고속철도망을 가진 스페인은 약 4000㎞ 규모의 노선을 바탕으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 주요 도시를 연결한다. 프랑스는 TGV를 중심으로 파리와 지방 대도시는 물론 주변 국가까지 이어지는 국제철도망을 발전시켰다. 독일 ICE 역시 고속전용선뿐 아니라 기존 철도망을 활용해 주요 도시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고속철의 원조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1964년 도쿄~신오사카 도카이도 신칸센을 개통하며 세계 고속철 시대를 연 일본은 현재 도호쿠·산요·호쿠리쿠·규슈·홋카이도 등으로 신칸센망을 확대했다. 단순한 최고속도보다 정시성과 대량수송, 장기간 축적된 운행 기술이 일본 고속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국도 2004년 KTX 개통 이후 경부·호남축을 중심으로 고속철도망을 확대했다. 수도권과 충청·호남·영남 주요 도시가 고속철로 연결되면서 서울 중심의 전국 이동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평택~오송 2복선화와 호남고속철도 2단계 등 추가 확충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세계 고속철의 다음 격전지는 신흥시장이다.
인도는 일본 신칸센 기술을 기반으로 508㎞ 길이의 뭄바이~아메다바드 고속철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올해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노선은 최고 시속 320㎞ 운행을 목표로 전철화 공사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모로코가 앞서간다. 아프리카 최초의 고속철을 운행한 데 이어 케니트라에서 마라케시 방향으로 고속철을 연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도 올해 7월 이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2억500만유로 규모의 금융지원을 승인했다.
고속철 후발주자인 미국도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애너하임을 연결하는 1단계 노선은 약 494마일 규모다. 올해 현재 머세드~베이커즈필드 사이 171마일 구간에서 설계·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고속철 확대 속도도 빠르다.
UIC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는 매일 약 5000편성의 고속열차가 운행되고 연간 이용객은 30억명을 넘어선다. 건설 중인 고속철 노선도 1만6000㎞ 이상이다.
고속철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최고속도가 기술력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도시를 연결하고 항공·자동차 수요를 철도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중국의 압도적인 규모, 일본의 축적된 운영기술, 유럽의 국가 간 연결망에 신흥국의 대규모 투자가 더해지면서 세계 교통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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