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과 역사적 경계심에도 베트남 젊은 세대의 일상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드라마와 예능부터 캐릭터 상품, 밀크티와 커피에 이어 취업을 위한 중국어 학습까지 중국 문화와 소비 트렌드가 베트남 청년층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기관인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분석을 통해 베트남 젊은 층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대중문화다.
중국 사극과 현대극은 오래전부터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중국 콘텐츠를 접하는 통로가 더욱 넓어졌다. 현지 플랫폼들도 중국 주요 스트리밍 업체의 드라마와 예능을 공급하고 있다.
단순히 중국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단계도 넘어섰다. 베트남 연예인이 중국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거나 중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이 베트남판으로 제작되는 등 콘텐츠 교류가 양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젊은 층의 소비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차음료와 커피, 생활용품 브랜드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앞세워 하노이와 호찌민 등 주요 도시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계 아이스크림·차음료 브랜드 미쉐빙청은 2024년 말 기준 베트남에서 13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지와 커디커피 등 다른 중국계 브랜드들도 베트남 시장을 확대하면서 중국식 소비문화가 젊은 층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취업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확대되면서 중국어 능력이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취업 플랫폼 JobOKO에 따르면 2025년 중국어 가능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공고는 약 1만3000건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특히 중국 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에서는 중국어 능력을 갖춘 구직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려는 열기도 뜨겁다. 2025년 1분기 베트남의 중국어능력시험(HSK) 응시자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학에서는 중국어 관련 학과의 입학 경쟁이 영어 전공보다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인적 교류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수교 75주년이었던 2025년을 ‘중·베트남 인문교류의 해’로 정하고 청년 교류를 확대했다. 2025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00명이 넘는 베트남 청소년이 중국 방문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연구진은 베트남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문화적 친숙함과 소셜미디어, 정부 간 교류, 경제적 기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베트남의 전략적 경계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국가 간 정치·안보 문제와 별개로 젊은 세대의 문화·소비·취업 영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조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동남아 소프트파워 변화를 보여주는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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