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전쟁과 비료 공급 차질에 강력한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2027년 세계 식량시장이 다시 거센 가격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 자체가 고갈된다기보다 생산비 상승과 작황 악화가 맞물리면서 취약국과 저소득층의 식량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핵심 위험으로 꼽힌다.
JP모건은 최근 세계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전쟁(War), 날씨(Weather), 저장·물류(Warehousing), 물(Water), 낭비(Waste) 등 이른바 ‘5W’를 제시했다.
가장 직접적인 변수 가운데 하나는 중동 정세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충돌은 원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비료 공급망까지 흔들고 있다.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인 천연가스 공급과 요소·암모니아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업 생산비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비료가격지수는 올해 1분기 전분기보다 12% 이상 상승했고, 4월에는 202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수출 차질은 요소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료 문제는 가격 상승에서 끝나지 않는다.
농작물은 정해진 시기에 비료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이 늦어지면 이후 물량이 정상화되더라도 이미 놓친 파종·생육 시기를 되돌리기 어렵다. JP모건은 비료 공급 충격이 지속될 경우 수확량 감소와 생산비 상승이 시차를 두고 식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식품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4~5%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여기에 엘니뇨가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뭄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주요 농업지역을 덮칠 경우 이미 취약한 국가들의 식량안보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 충격이 비료발 공급 불안과 겹치면 농산물 생산량과 가격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충격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입 식량과 비료 의존도가 높고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 비중이 큰 국가들은 같은 가격 상승에도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2027년 식량위기’를 전 세계적인 식량 고갈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제 곡물시장은 품목과 지역에 따라 생산과 재고 상황이 다르며 일부 곡물은 공급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문제는 식량이 있느냐보다 필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가깝다.
호르무즈발 에너지·비료 충격이 장기화하고 엘니뇨가 주요 곡창지대의 작황까지 흔들 경우 2027년 세계 식탁은 식량 부족보다 더 광범위한 ‘식량 가격과 접근성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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