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족 한국행 시야비야
■ 윤동길
한국행은 많은 새로운 문제를 낳고있다. 연변 전 지역에서 조선족마을이 줄어들고 조선족학교가 줄어들고 조선족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있다.
한 마을에서는 한 독거노인이 오래동안 보이지 않고 또 집에서 악취가 풍겨 문을 떼고 들어가보니 이미 급병으로 사망한지 1년이나 지난 뒤였다고 한다. 부모사랑에 굶주려 울부짖는 애들은 또 얼마일가? 연길시의 한 교육부문의 통계에 따르면 한 학급에 40명의 학생이 있다고 할 때 두 부모와 함께 지내는 학생은 평균 서너명밖에 안된다고 한다. 농촌에는 대부분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인들과 환자들이고 60세 이하의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국행으로 인한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가정파탄이다. 부부가 한집에서 서로 함께 지내도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고 지어 갈라서기까지 하는데 한국행으로 몇해씩 갈라져있다보면 이혼률이 높아질수밖에 없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서로 연락이 없이 몇년씩 서로 떨어져있다보면 부부간에 면목도 잃어지는판이라 감정에 금이 가기마련이고 남남으로 돌아가기가 일쑤다.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본성이 강하며 새로운 환경에서는 혹시 부당한 욕구가 생겨도 그것이 부당한줄 알면서도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채우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서로 오래동안 갈라져 사는이들의 이혼을 그 어느 일방의 탓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국에 가 몇해 벌어서 시내에 아빠트 한채 마련하고나면 남는것이 얼마 없다. 자식의 대학 뒤바라지를 하고 결혼을 시켜 분가를 시키자면 집에 왔다가도 또다시 한국행을 할수밖에 없다.
부부중 고향에 남아있는 측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모님을 모실라니 자식시중을 들라니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해씩 베개만 안고 자야 하니 그 외로움을 술로밖에 풀길 없다. 그러다가 술에 취하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외박을 하고만다. 이런 일이 잦아지다보면 나중에는 소문이 나 꼬리가 잡히면서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고 만다.
세상만사는 언제나 전면적으로 봐야 한다고 한국행도 물론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솔직히 한국행이라는 것이 있었길래 많은 조선족들이 초가집, 단층집을 떠나 도시의 아빠트에서 살수 있었고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낼수 있었으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수 있게 된 것이다. 모두가 그냥 초가집만 지키고 얼마 안되는 땅만 뚜졌더라면 이 모든것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향인 화룡시 동성진 해란촌에 돌아와 합작사를 꾸리고 규모농사를 하고있는 박씨부부는 년간수입 50여만원을 내다보고있다.
역시 한국에서 번 밑천으로 소사양업을 하고있는 김씨내외는 연길시에서 화룡시 복동촌에 귀농하여 60여마리의 소를 기르고있다.
이밖에도 한국행에서 번 밑천으로 음식업, 김치공장, 봉사업, 복장가공업 등을 꾸리고 열심히 살아가고있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해마다 열리는 주, 시 인민대표대회에서 나오는 연변주의 각종 경제지표통계를 보면 국외노무수출수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간에서는 한국에서 생긴 좋지 않은 일들만 퍼지고있다. 필자는 한가지 통계를 해보았다. 필자가 알고있는 친척친우들중에 한국행을 한 집은 모두 25집에 90여명이였는데 그중 이혼후 중풍을 맞고 양노원에 있는 50대 남자가 1명, 안해가 8년전에 한국으로 가고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다 속이 탄다며 술만 마시다 사망한 남자가 1명, 페암으로 사망했으나 안해가 오지도 못한 남자가 1명, 부부간에 리혼을 하고 각각 새 살림을 꾸린 집이 한집뿐이였다. 그외는 모두 한국행의 덕을 보고있었다.
이처럼 한국행을 한 사람들중 극소부분만이 좋지 않은 일이 있을뿐 대부분은 돈도 잘 벌고 잘살고있다. 그런데 왜 항간에서는 나쁜 소문만 떠돌고있는지 참으로 알고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갖고있으며 또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분투한다. 한국행도 우리 조선족들에게는 치부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경로이다. 일부 사람들이 한국에 가 좀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고 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럴거라고 생각하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솔직히 한국로무가 없었더라면 우리 조선족들이 오늘처럼 잘살수 있었겠는가
ⓒ 동포투데이 & 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고층에 살면 수명이 짧아진다?”…연구가 밝힌 생활 속 건강 변수
[동포투데이] 아파트 몇 층에 사느냐가 정말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줄까. 언뜻 들으면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국내외 연구들에서 거주 층수와 생활습관, 나아가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된 바 있다. 최근 국외에서 발표된 한 장기 추적조사에서는 12년간 도시 거주민을 분석한 결과, 6... -
“총구 겨눈 혈맹, 1969년 중·북 국경 위기의 전말”
1969년, 중국과 북한은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다.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 국경에서는 군대가 대치했고, 북한은 20만 병력을 장백산 일대로 집결시켰다. 당시 분위기는 언제 포성이 울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살벌했다. 그러나 1년 남짓한 외교적 줄다리기 끝에 두 나라는 극적으로 화해에 성공했다. 무엇이 이 ... -
반려견 키우기의 ‘10가지 부담’…“귀여움 뒤에 숨은 책임”
[동포투데이]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 행복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흔히 오가지만, 실제로 반려견을 돌보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반려견의 사랑스럽고 활발한 모습에 마음이 끌려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적잖은 부담과 책임이 따른다. 최근 중국 온라인 매체들은 ‘반려견을 키울 때 겪게 ... -
“해방군인가, 약탈군인가”…1945년 소련군의 만주 진출과 동북 산업 약탈의 기록
[동포투데이]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의 항복을 앞두고 소련은 ‘대일 참전’을 명분으로 100만 대군을 이끌고 만주(중국 동북지역)에 진입했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을 돕는 ‘우방군’의 모습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계산된 약탈 계획이 숨어 있었다. 8월 9일 새벽 4시, 소련군은 중·소 국경선을 ... -
여성 우주인, 왜 우주비행 전 피임약을 먹을까
[동포투데이] 우주비행은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도전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 이후 여성들도 본격적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 특유의 생리적 조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였다. 특히 미세중력 환경에서 생리 현상이 가져올 위험 때문에, 여성 우주인들은... -
빼앗긴 아이의 생명, ‘동반’이 아닌 ‘살인’
글 | 허훈 26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서 40대 어머니와 두 딸이 추락해 숨졌다. 외부 침입 흔적도,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다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목숨을 잃는 참혹한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