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천
박태일
마을 이층 숲
참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하양 여우가 존다
배달말 깨우친 누나와 배우는 애토끼
귀엣말 조심조심 걸음 옮긴다
마을 이층 숲 누가 들렀나 누가
한국서도 멀리 부산서 온
너구리 아저씨
여름 물골에 부들처럼 무성한
천자문 배우기 배달말 배우기 책고랑 따라
걷는다 살몃살몃
아침부터 한낮까지 동무들
와도 그만 그만 안 와도
여우는 졸음을 살대발처럼 내렸고
마을 이층 숲 계단 아래로
삼월 고슴도치 찬바람이 구른다
마주 선 소학교와 중학교 사이
전깃줄을 뛰는 참새 떼
양조장 굴뚝은 볼 부어 붉고 높아
집집 지붕 더 눌러 앉힌다
기차역 폐품장 흐린 담길은
부스럭스럭 수수 밭머리로 고개 돌리고
근들이술 두 집만 일찍
등을 밝힌 채 저녁 고양이 기다린다.
박태일의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발췌
ⓒ 인터내셔널포커스 & 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신의를 저버린 대가로 돌아온 쓰라린 후과…미군 기지 ‘살아있는 과녁’ 전락
생성 이미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동 타격했던 과거 군사 작전을 되돌아보면, 당시 페르시아만 상공에는 한때 전운이 짙게 감돌았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내세운 ‘대승적 성과’라는 전황 평가와는 달리,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 기지들은 조직적인 공격에 노출됐다. 카타르 알우... -
“이웃을 미워하며 애국을 말하는 사람들”… 한국 사회의 위험한 혐오 정치
한국 사회에는 유난히 “이웃 나라”를 향한 분노를 애국처럼 소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특정 국가 이름만 나오면 자동 반사처럼 욕설과 조롱이 쏟아지고, 그 나라 국민 전체를 하나의 적처럼 묶어 비난하는 일도 흔하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단순한 감정 배출 수준을 넘어 점점 하나의 정치 문화처럼 굳어지... -
조롱과 혐오의 정치에 칼 뺀 이재명…‘일베 폐쇄론’ 재점화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일베 폐쇄 검토’ 화두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는가.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사회적 참사와 민주화운동까지 조롱하는 혐오 문화 역시 무조건 자유라는 이름 ... -
겉으로는 선진국, 현장은 왜 아직도 후진국인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대한민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산업을 앞세워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 첨단 기술과 AI 혁신을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선진국이라 부른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 화려한 외형과는 다른 장면이 여전... -
중국을 싫어한다면서 왜 마라탕은 먹을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생성 이미지 최근 중국 SNS에서는 한 베트남인 노동자가 올린 영상이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직장에서 중국인 손님이 오면 일부 한국인 관리자들이 뒤에서 불평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한국 사회에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