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 이진숙

4년전, 60년 만에 한 번 씩이라는 “호랑이 해” ㅡ 2010년 여름에 우리 양주는 북경에 있는 둘째 딸네와 함께 일본 오끼나와여행을 갔다.

오끼나와는 입본열도 남단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태평양과 남해가 있었고 옛날부터 “유구왕국(流球王國)”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해상기후라 사시장철 봄처럼 따뜻하고 숲을 이룬 종려나무며 갖가지 아열대 식물과 그 열매들이 함께 어울려 그야말로 한폭의 아름다운 아열대지구의 풍경화를 방불케 한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정결한 백사장, 두눈이 모자라 더 볼 수 없는 넓고 푸른 바다, 가슴이 탁 틔고 감탄사가 연속 터져 나온다. 아! 오!ㅡ

미풍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여인의 치마주름 같은 잔잔한 파도가 조용히 밀려오다가도 때론 바위에 부딪쳐 새하얀 물갈기를 날리다가 대뜸 물보라로 흩날린다. 멀리서 보느라면 해빛에 반사된 물방울들은 마치도 수만개의 은구술인양 반짝이며 사처로 흩어진다. 절승경개가 따로 없다.

일본은 세계3위 경제강국이고 1위 장수국으로 오끼나와는 또 일본의 장수고장이라 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여서 현재 오끼나와는 총면적의 3분의 1을 미군이 차지하고 있다.

오끼나와에서 우리는 해변가의 한 5성급 호텔에 들었다. 시설이 구전하고 티없이 깨끗한 방이었으며 특히 화장실은 중국에선 그때까지 보급되지 못한 신비한 시설이었다.

더구나 손님들을 보면 한결같이 미소를 보내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접대원 할머니들을 볼 때면 너무나 송구스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항상 목에 기운을 주며 꼿꼿이 머리를 쳐들고 걸으면서 고개 숙여 인사에 습관되지 않은 중국인들도 예절바른 일본인들에게 탄복하면서도 나처럼 무척 불편을 느꼈으리라.

한번은 저녁식사 후 바다가에 나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는데 웬 승용차 한대가 달려왔다. 횡단선도, 지시등도 없는 좁은 길이라 우리 걸음을 뚝 멈췄다. 헌데 웬걸, 승용차기사는 우리가 “촌닭”인걸 눈치챘는지 차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먼저 가라”는 시늉을 했다. 감동을 먹었다. 연길 같으면 어림도 없지, 횡단선이 있어도 차들은 행인보다 먼저 지나겠다고 사정이 없다

태평양과 남해가 이어진 곳, 사면이 바다였지만 오끼나와에서 비린내란 전혀 없었고 그 어디를 보아도 쓰레기 하나 널린 곳 없었다. 환경보호의식이 세계에서 으뜸인 일본은 많은 투자를 하여 냄새를 풍기는 해초를 수시로 제거하고 또 특수한 설비로 바다물을 정제하여 직접 음료수를 만든다고 했다. 마셔보니 그 맛이 광천수보다도 훨씬 낫았다.

하얼빈에서 왔다는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허위광고가 없고 뭐든지 거짓과 가짜의 정체가 들어나면 TV에 나와 반성하고 국민의 직책읋 받아 영원히 매몰된다고 한다.

한번은 어느 식당에서  어머어마한 분들이 식사하고 갔는데 사장이 남은 음식들을 딴 손님들한데 올렸다가 공교롭게도 그 일이 들통나서 사장은 TV앞에서 전 국민에게 사죄하고 3년 영업중지를 당했단다.

(발달한 나라의 국민의식이란 곧 이런거였구나.)

정말 신비하게 들렸다. 그런데 참 우리는 불안과 공포에 떨며 살고 있다. 먹는 것부터 쓰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 안심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 가짜식품, 가짜약, 허위광고 권력부패…몸부림쳐도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하기야 우리 중국도 멀지 않아 세계 최대의 발전국으로 도약할 거고 국민의식도 놀랍게 제고될 때가 올 것이다.

오끼나와에 가서 크게 눈에 띄인 것이 또 하나 있다. 가는 곳마다 길가에 띄염띄염 음료수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상했다. 왜 하필이면 밖일가?

가이드가 말했다. 일본은 민주이식이 특별히 강한 나라라고 한다. 그 작은 땅에 인구가 1억이 넘기에, 전쟁이나 지진에 대비하여 사면바다에 포위되어 일본인이 멸종될가 우려되여 만든 하나의 조치었다. 재난앞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도 물을 마셔야 살 수 있게 말이다. 밥은 40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물은 일주일만 못 마시면 죽는다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생육을 제창하고 아이가 셋 이상이면 나라에서 보조하여그들의 의료비, 교육비는 모두 국가에서 부담한다.

나중에 우리는 동아시아에서는 제일 크다는 지하미술관 “옥천동”을 구경했다.

옥천동의 전체 길이는 약 5킬로미터로 95만개의 갖가지 모양새를 가진 종유석 (鐘乳石)이 있었다. 안에 발을 척 들여 놓는 순간 우리 모두는 환성을 올렸다. 조물주가 만든 대자연이의 걸작이라 할까? 과연 동양제일의 천태만상의 정경이 펼쳐진 것이다. 한두사람이나 겨우 지날갈 수 있는 다리를 따라 가노라면 양켠에는 굵다란 얼음고드름 같은 것이 주렁주렁 드리웠는데 어떤 것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지나면서도 당금이라도 머리우에 떨어질가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다리밑으로는 물까지 졸졸 흘렀다. 난 그저 와, 와 연신 찬탄을 내뿜었다. 손자놈은 좋다면서 맨 앞장에서 달려가다가는 뒤돌아보면서 막 소리지르기도 했다. “옥천동”에서 나와 시계를 보니 근 1시간이 걸렸다.

대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위대한 걸작 ㅡ “옥천동” 지하미술관이여 더많은 관광객들을 불러주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맘껏 누리게 하라!

3박 4일에 거친 일본 오끼나와여행, 다른 어떤 여행지에서도 느껴 보지 못했던 즐거움과 그 느낌이야말로 얼마나 감미롭던가.

오끼나와 해변가의 정자에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지구상에서 제일 낮은 곳은 바다, 그 겸손함에 크고 작은 강물들이 끊임없이 바다로 향해 흘러간다.

바다는 또 한없이 넓은 품으로 크고 작은, 깨끗하고 어지러운 모든 강물들을 반겨 안아 준다. 바다같은 흉금, 참 음미해 볼만하다.

오끼나와의 푸른 하늘아래 펼쳐진 한폭의 아름다운 아열대 풍경화를 감상하면서 느꼈다. 세계 장수고장이 결코 명불허전이 아니구나.

호텔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상점에서 길가에서 일본인들과 순간순간 만나면서 발달한 나라의 국민도덕의식이란 곧 이런 거구나를 마음에 새겨보았다.

잘 있거라, 오끼나와여, 잘 있거라 아름다운 고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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