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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부패에 무너진 중국 축구의 미래"

  • 허훈 기자
  • 입력 2025.06.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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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 “한 번 조작하면 백만 위안, 이기고 받는 보너스보다 열 배는 더 많아요.”

이는 몇 해 전 한 중국 축구 국가대표가 한 말이 다. 당시엔 씁쓸한 농담처럼 들렸지만, 지금 돌아보면 예고편이었다. 그 말대로였다. 조작된 경기와 그 이면의 검은 돈이 중국 축구를 집어삼켰다.


2025년, 또 한 명의 전 국가대표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실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둥 타이산에서 뛰었던 X씨라는 단서만으로도 팬들은 그가 누군지 짐작한다.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다. 이것은 뿌리 깊은 구조적 부패다.


축구는 정정당당함의 스포츠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프로 무대는 이 단순한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조작된 승부가 상금보다 더 많은 돈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끔찍하다. 보통 경기에서 팀이 승리하면 받는 보너스는 약 10만 위안. 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조작 경기에서 선수 한 명이 손에 쥐는 돈은 100만 위안, 많게는 1000만 위안까지 치솟는다. 이쯤 되면, 경기장은 더 이상 스포츠의 장이 아니라 자본과 범죄의 시장이다.


승부조작의 방식도 날로 정교해진다. 단순한 승패를 넘어서 전반전 스코어, 특정 시간대 득점, 코너킥 수까지도 설계된다. 팬들이 열광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감동도, 의외성도 없다. 선수는 연기자고, 경기는 각본일 뿐이다.


이 불법 구조의 중심에는 '중개자'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은퇴한 선수들이거나 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인물들이다. 경기 흐름을 잘 알고, 선수들과도 친분이 깊다. 국제 도박 조직은 이들을 활용해 감독, 주요 선수에게 접근한다. 내부자이면서 브로커인 그들의 존재는,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진징다오다. 2013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신인왕’에 올랐던 그는, 2023년 조작 혐의로 체포됐다. 수많은 팬이 꿈을 걸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불법 거래에 손을 댔고, 협회는 그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처벌을 내렸다. 그가 한 해 받던 연봉은 수천만 위안이었지만, 조작의 유혹은 그보다 강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 부패가 유소년 리그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2024년 축구협회 내부 회의에서 “U19, U21 리그 경기에도 조작 정황이 보인다”는 보고가 나왔다. 아이들이 꿈을 품고 뛰는 그라운드가 이미 오염됐다는 말이다. 이대로라면, 중국 축구에는 미래도 없다.


중국 공안당국은 지난 3년간 128명을 검거했고, 120건 이상의 조작 경기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처벌은 대부분 3년 이하의 징역형에 그치고, 대중은 냉소로 등을 돌리고 있다. 팬들은 더 이상 경기 결과에 열광하지 않는다. 경기장은 신뢰를 잃었고, 축구는 희망을 잃었다.


물론, 중국만의 일은 아니다. 이탈리아, 독일, 터키, 그리스—유럽의 축구 강국들도 한때 승부조작이라는 유혹에 무너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뼈를 깎는 자정과 개혁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 중국 축구가 이들과 다른 점은, 무너진 뒤에도 다시 세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5년 초, 축구협회는 ‘5개년 반부패 계획’을 내놓았다. 인공지능을 통한 경기 분석, 독립 감시기구 설치, 팬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다양한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팬들은 묻는다. “왜 이제야?” “진심인가?” “지킬 수는 있는가?” 계획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행동으로 쌓는 것이다.


축구는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 이기는 팀이 아니라, 진심으로 뛴 팀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 축구는 팬들의 믿음을 스스로 배신하고 있다. 승부를 조작한 것은 단지 일부 선수와 중개자들만이 아니다. 그것을 방치하고, 심지어 묵인해온 구조 전체가 공범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짜 개혁은 불신에서 시작된다. 팬들의 냉소, 아이들의 실망, 선수들의 침묵이야말로 지금 축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중국 축구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


경기장을 다시 신뢰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공은 둥글다. 그 말이 진심으로 들릴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선택은 축구계의 몫이다. 팬들은 그저, 다시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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