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배우 유역비(刘亦菲)가 다시 한 번 중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부가 그를 현대판 화목란(화목란은 중국 남북조시대의 전승 문예 '목란사'에 등장하는 여성 영웅)이라고 칭하며 “진정한 중화의 딸”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국적의 경계를 넘어선 이례적인 찬사 뒤에는 17년에 걸친 조용한 선행과, 스스로를 ‘중국인’이라 여겨온 삶의 궤적이 자리하고 있다.
유역비는 1997년, 열 살의 나이에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중국 국적법상 일단 국적을 포기하면 다시 회복할 수 없기에,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삶은 ‘국적은 미국, 정체성은 중국’이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로서 차별을 경험한 그는, 어릴 적부터 중국 고전과 시를 암송하며 문화적 뿌리를 잊지 않았다. 15세에 중국으로 돌아와 베이징영화학원에 입학했고, 드라마 <신조협려> 등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단아한 이미지로 ‘신선한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는 액션과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쿵푸의 왕>과 디즈니 영화 <뮬란>에서는 무술 훈련과 대역 없는 촬영을 직접 소화하며 연기 폭을 넓혔다.
연기 활동 너머로 그는 2008년 쓰촨성 지진 당시 전 재산을 털어 100만 위안을 기부했고, 구조 활동에도 직접 참여하며 선행을 시작했다. 이후 지진, 폭우, 산불, 팬데믹 등 각종 재난 때마다 기부를 이어갔으며, 일부 기부는 ‘유 씨’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전달되었다. 티베트 눈사태 당시에는 난로 730대를 긴급 지원했으며, 이 사실은 적십자사 기부 장부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유기동물 입양, 사막 녹화, 고아원 지원 등 민간 차원의 나눔도 꾸준히 실천해왔고, 이를 외부에 드러낸 적도 거의 없다. 한 아동복지단체로부터 받은 감사패는 집 서랍에 조용히 보관돼 있다는 후문도 있다. 그는 "그저 중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SNS에 올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할리우드 진출작 <뮬란>의 홍보 시기와 겹쳐 서구권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고,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영화 보이콧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중국 외교부는 그의 발언을 인용하며 “중화민족의 기개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예계 활동 역시 독특하다. 예능 출연이나 사생활 노출이 거의 없고, SNS 활동도 드물다. <장미 이야기> 촬영 중에는 실제 페인트를 맞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으며, 대본에는 빼곡한 메모를 남기며 작품에 몰두한 흔적이 동료 배우를 통해 알려졌다.
상하이영화제가 끝난 어느 날 밤, 그는 조용히 도시를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며칠 뒤 티베트 적십자사에는 익명의 ‘유 씨’ 명의로 수백 대의 난로가 도착했고, 외교부 내부 보고서에는 그의 이름이 붉은 펜으로 표시돼 있었다.
국적은 바뀌었지만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 유역비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결국 외교부의 ‘이례적 인정’을 끌어냈다. ‘미국 여권을 가진 중국인’이라는 표현은 그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실천해온 삶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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