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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4400만 유로 ‘콩고 후원’ 논란…“재정인가, 도덕인가”

  • 허훈 기자
  • 입력 2025.08.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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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장 충돌 속 콩고와 4년간 파트너십…“관광 홍보” 내세웠지만, 인권침해 외면한 선택 논란

 

[동포투데이]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 바르셀로나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체결한 새로운 스폰서십 계약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로고나 후원금 문제가 아니라, 자금이 흘러나오는 정치적 배경과 현재 콩고의 인도적 상황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7월 말, 콩고 정부와 4년간 총 4400만 유로(약 64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바르사 선수단의 훈련복과 워밍업복 뒷면에는 콩고 관광 홍보 문구인 “RD Congo, Coeur de l’Afrique”(아프리카의 심장, 콩고)가 새겨진다. 콩고 정부는 이번 계약을 통해 자국의 문화와 관광을 세계 무대에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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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바르셀로나에게 이번 계약은 재정 안정화를 위한 돌파구다. 라리가가 구단의 급여 총액, 이적 등록 등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가운데, 바르사는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절실히 찾아야 했다. 마커스 래시포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임대 영입 등도 이어지며, 운영 유연성과 재정 건전성 사이의 균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후원 계약은 단순한 광고 노출을 넘는다. 바르사는 콩고 내 ‘바르사 아카데미’ 설립과 함께 축구, 농구, 풋살 등 스포츠 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며, 바르사의 ‘에스파이 바르사’ 프로젝트에는 콩고의 문화·스포츠를 소개하는 전용 공간 ‘DRC의 집’이 조성될 예정이다. 일견 모범적인 글로벌 협력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콩고는 현재 정부군과 반군조직 '3월 23일 운동'(M23) 간의 무력 충돌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이를 “지속적 인권 위기”라고 규정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M23은 이웃 국가 르완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르완다와 콩고 양국 간 갈등은 외교적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더욱 복잡한 것은, 르완다 역시 유럽 축구계의 주요 스폰서 국가라는 점이다. ‘Visit Rwanda’ 캠페인은 아스널, PSG 등의 유니폼에 등장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최근 르완다에 대한 개발 원조를 중단하기도 했다. 르완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유럽 축구계는 점점 정치적 회색지대로 빠져들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오랫동안 “클럽 이상의 존재(Més que un club)”임을 자처해왔다. 사회 정의와 문화 포용, 평화의 가치를 내세우며 타 구단과 구별돼 왔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그러한 정체성을 스스로 시험대에 올리는 셈이다.

 

콩고 정부는 이번 계약을 강하게 옹호하고 있다. 테레즈 와그너 콩고 외무장관은 “유럽 구단들이 르완다와 손잡는 것은 피로 물든 관계”라며, 이중잣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제는 콩고가 ‘세계 최대 클럽 중 하나’의 등에 자국 로고를 올리는 시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스페인 일간지 '라 방과르디아'는  “콩고도 이제 르완다처럼 스폰서 게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건 내전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단순한 광고 계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바르셀로나는 곧 예정된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새 훈련복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유니폼 뒤편 로고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계약이 축구계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다. "스폰서십은 어디까지가 마케팅이고, 어디부터가 정치인가?"

 

현대 축구는 더 이상 공만 굴리는 무대가 아니다. 경제, 정치, 인권이 얽힌 복잡한 지형에서, 바르셀로나는 지금 그 경계 위에 서 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인 이 구단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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