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김철균

 

 

지난 2월 북측 금강산호텔에서 있은 남북이산가족상봉 장소는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60여년간 갈라져 살아야만 했던 부모와 자식 그리고 홀로 외롭게 살면서도 상대방을 기다리며 통일을 부르짖던 아내와 남편들이 서로 부둥켜 안으며 울부짖었다. 여기에는 사상이나 이념 따위는 없었다. 잘 살고 못 살고가 또한 없었다. 그저 만나는 것이 좋았고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기뻤다…

다른 한편 아내의 한국행으로 3년만에 만난 조선족 부부들.


【렌즈 1】


“당신 한국생활 얼마나 피곤하고 스트레스 쌓이는지 몰라요. 여기서는 한국에서 보낸 돈을 펑펑 퍼쓰며 팔자가 늘어지게 잘 살지만 한국의 돈은 뼈돈이예요. 모두들 한국에 가면 돈이 그저 길에 널렸는가 하는지…”


“아니, 이 여편네 봤나?! 한국에 간 사람은 그저 자기 한몸만 건사하고 챙기면 그 뿐이지만 여기서 아이를 데리고 생활하는 것이 쉬운줄 아는 모양이지. 내쪽과 처가쪽의 큰 행사는 다 참가해야 하고, 아이는 하루 건너 돈을 달라고 칭얼대지 어디 그뿐인가. 음력설이면 축에 빠질가 집에 한상 차려놓고 친척 집 애들한테 100원 한장씩 나눠줘야 하고, 청명과 추석이 되면 화장터에 가서 양측 가문의 7-8명 되는 고인들의 제사를 도맡아 지내야 하고, 9월이면 교원절, 5월과 10월이 되면 결혼청첩만 10여장씩 날아들고, 11월이 되면 빼빼로라고 애한테 털리고, 어디 그뿐인가 애의 서클비만 매달 2000원씩 대줘야 하니 이곳에 뒤치락거리를 하는 것이 한국보다 더 힘들고 피곤하단 말이야.”.....


【렌즈 2】


“남편이 한국에 가서 버는족족 집에 돈을 보내주니 당신 돈이 어떻게 벌어지는 거나 알아? 이게 뭐야. 이 옷들은 당신 평생 입어도 다 못입을 옷들이야. 이옷은 도대체 몇번이나 입어본거야?! 그리고 맨날 노래방이나 마작판이나 돌아다니구. 남편이 뭐 돈벌어 들이는 기계인가? 보내주는 돈은 애 학비와 나의 사회보험이나 물라는건데 애 공부성적이 이게 뭐고 또 나의 사회보험은 왜 2년씩이나 물지 않은 거야?! 도대체 당신이란 여자는 궁리가 있는거여 없는 거여!”

“뭐라구?! 당신이 도대체 얼마나 보내 줬다는거야?! 한국에서 노가다로 뛰면 일당 10만원 이상 받는다는데 그러면 월당 300만원이 되는거 아니야? 고깟거 매달 100만원도 안되게 보내주면서 큰소리는 무슨 큰소리야. 나 집에서 애를 키우는 것만 해도 중국돈 5000원은 버는 셈이야. 그러면서 좀 놀러 다녔는데 어쨌다는거야. 남편을 뒀다 어디에 써먹겠어…”

“뭐야 일당 10만원 이상을 타도 일하는 날이 며칠이나 된다고 그래. 비가 와서 놀고 일거리가 없어 놀고 또 세집을 맡고 살지 남는 것이 뭐 있다고 그래”


【렌즈 3】


“아무리 홀애비살림이라 해도 집안 꼴이 이게 뭐예요. 그리고 당신 목욕이나 하며 사세요. 꼭 마치 돼지같아요. 어 냄새야. 한국사람들은 당신같지 않아요. 매일 샤워하고 출그할 때는 양복에 넥타이를 받쳐매고 당신처럼 몸을 거두지 않는 사람은 없다구요.”

“뭐야 낸들 몸 가꾸기 싫어 그랬겠나.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밥을 짓고 애를 깨우서는 밥을 먹인 뒤 학교에 보내고, 또 출근하고 퇴근해서는 또 밥을 짓고 학교에 가서 애를 데리고 오고 하다보면 언제 내몸에 신경쓸 사이가 있다고 그래.”

“아이고 참, 내가 눈이 멀었지 내가 그래 여태 저런 돼지같은 남자를 남편이라고 믿고 살았는가?!”

“뭐야 이년이 보자 보자 하니까 못하는 말 없구나. 너 그럼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남조선새끼와 살아봐라. 아니 너 이미 그 새끼들과 뒹굴어 봤지? 가라 가 이젠 이혼이다.”

“그래 그래 이혼이다. 남편이란 것이 이혼소리를 하는데 내가 뭐 벌벌 떨줄 아느냐?”


【렌즈 4】


“당신 한국에 갔다 오더니 달라졌어.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단 말이야. 그리고 맘속에 내란 존재가 없고 꼭 마치 한국에 숨겨둔 여자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돈도 잘 보내주지 않고…”

“한국 가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한 남편한테 이게 뭐야. 그리고 내 나이 아직 젊은데 여자 없이 어떻게 살아. 너 여기서는 놀러 다니지 않아? 널 배반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줄 알아라.”

“아이구 나 못산다 못살아. 낸들 놀러 다닐줄 몰라서 안 다닌줄 알아. 아이를 키우고 집을 거두고 하다 보면 시간도 없고 또 당신같은 것도 남편이라고 여직껏 기다려 왔는데 그게 무슨 양심이야. 남자란 것은 다 짐승이라더니…”


【분석】


얼핏 보면 이런 가정들의 불화는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것 같다. 몇년씩 떨어져 있다 보니 할말도 많고 불평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라면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점이다. 


흔히 보면 부부중 한국에서 온 일방이나 중국에서 남편 혹은 아내 일방은 만나면 서로 상대가 자기를 이해하고 위로해 줄 것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떨어져 살면서 힘들고 외롭고 또 하소연할 곳도 없다가 갑자기 만나니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번져질 때가 많다. 


기실 한국생활이나 중국생활 모두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국에서 힘들게 번 돈을 중국에 있는 아내 혹은 남편이 되는대로 써버린다면 기분이 좋을리 만무하고 중국생활 또한 최근 몇년간 경제발전과 더부러 소비수준도 크게 올라가다 보니 이곳저곳 돈 들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연변이 그렇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 인민페의 절상으로 한국과 중국사이의 차이가 그만큼 좁혀졌기에 지금 한국에 가도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문화적 차이이다. 한국에 간 사람은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아끼고 낭비에 인색한 한국사람들의 소비문화를 접했고 연변은 또 아직도 먹어라 써라 하는 문화에 빠져 있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저러한 모순과 갈등이 많지만 그것을 풀자면 옴니암니하고 다퉈서 될 일이 아니다. 


그저 긴말이 필요없이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노라면 참게 되고 이해가게 되며 또한 부부간의 화목도 도모할 수 있겠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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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이산가족’, 왜 만나면 싸우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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