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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의 참담한 현실…“이제 우리는 아시아 3~4류”

  • 허훈 기자
  • 입력 2025.06.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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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투데이]중국 축구가 다시 한 번 깊은 절망에 빠졌다. 최근 열린 2026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중국 축구대표팀은 참담한 성적으로 탈락했다. 첫 경기에서 일본에 0-7로 대패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축구 전반에 걸친 총체적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방영한 최근 축구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축구협회(足协) 송카이(宋凯) 주석은 “국가대표팀 차원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과거엔 아시아에서 기술적으로 상위권이었지만, 이제는 3~4류 수준이다. 호주, 일본과는 더 비교조차 안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냉정하게 세 가지 문제를 꼬집었다. 첫째, 선수들의 노력이 부족하다. 둘째, 대표팀 전체가 겸손하지 않다. 셋째, 시스템 전반이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 청소년 훈련 좌담회에서 그는 “대표팀의 실패는 곧바로 유소년 축구의 목표를 붕괴시켰다”며 “한때 아시아 강호들과 경쟁하던 우리가, 이제는 인도네시아에 밀려 탈락하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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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미숙함은 극단적 수준이다. 바레인과의 최종 예선 경기에서는 코너킥 세 차례 중 두 번을 골라인 밖으로 직접 차내는 장면이 나왔다. 현장에서 지켜본 언론인들은 “빈 공간을 향해 뛰어들어도 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며 “감독의 전술을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좌담회에서 공개된 자료는 충격적이다. 일본의 학원축구 등록 선수는 60만 명에 달하지만, 중국 체육학교에서 훈련받는 유망주는 5천 명도 안 된다. “일본은 축구를 교육의 일부로 본다. 우리는 성과주의 프로젝트로 본다”는 송 주석의 말은 중국 축구의 병폐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베트남에 진 뒤엔 태국을 배우자 하고, 일본에 참패하자 한국을 벤치마킹하자며 일관성 없는 목소리만 되풀이되는 현실에서, 급기야는 캄보디아 감독까지 중국 축구에 전술적 조언을 건넬 지경이 됐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배우지 않는 문화’다. 일본은 유럽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두 개 대표팀을 꾸릴 만큼 많다. 반면, 중국 선수는 유럽 주요 리그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트라이얼을 거절하며 “중국에서 더 쉽게, 더 많이 번다”고 했던 선수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수십 차례 독일과 스페인에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그러나 돌아와서 내놓은 결과물은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리그 출전 가능’이라는 비현실적 규정뿐이었다. 일본은 유소년 지도자 매뉴얼이 벌써 8차 개정에 이르렀지만, 중국 유소년 코치들은 아직도 “머리로 공을 받아라”는 식의 낡은 지도를 반복하고 있다.


송카이 주석은 “축구협회 고위층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자책했다. 관리 체계의 혼란은 리그 일정 파행으로 이어졌고, 시즌 내내 고작 30경기를 치르며 제대로 된 고강도 경기는 10경기도 안 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대표팀은 실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혼혈 귀화선수 기용을 꺼렸다. 어느 고위 관계자는 “귀화 선수로 이기면 누구의 성과로 기록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는 일본 아동들이 동네 운동장에서 드리블 연습을 하는 모습과, 중국 아동들이 교내 행사에서 축구 동작을 연출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했다. 엘리트 유소년 육성만 하면 된다는 축구협회의 환상 아래, 정작 학교 운동장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공놀이를 시킨 체육교사는 꾸중을 듣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선에서 중국의 패스 미스율은 20년 전보다 40% 증가했고, 경기당 평균 주행 거리도 지난 예선보다 8km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전 참패 직후, 한 국가대표 선수가 인터뷰 구역에서 “내가 목숨까지 바쳐야 하나?”라며 되묻는 장면은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바레인전이 끝난 날 밤, 일부 선수들은 호텔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고, 이 장면 역시 그대로 다큐멘터리에 담겼다. 그 위로 흐르는 송카이 주석의 육성이 흘렀다. “노력하지 않고, 겸손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았다.” 이 여섯 글자가 중국 축구의 ‘관뚜껑’을 닫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결국 송카이 주석의 반성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그가 “이제 우리는 아시아 3~4류”라고 인정한 순간, 캄보디아 감독은 중국을 이길 전략을 구상 중이었다.


한편, 베트남 유소년 감독은 최근 중국 프로팀 세 곳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는데, 조건은 “매 경기 다섯 명의 특혜 선수를 반드시 선발 출전시키는 것”이었다. 이처럼 블랙코미디 같은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0-7이라는 스코어보다 더 절망적인 현실이다.


일본 축구의 성공은 비밀이 아니다. 송카이 주석은 좌담회에서 일본 어린이들이 빗속에서 훈련하는 다큐멘터리를 반복해서 틀었다. 진흙탕을 뚫고 드리블하던 열두 살 소년들은 지금 유럽 무대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 반면, 중국의 어린 선수들은 체육학교 입시를 통과하기 위해 시험 부정을 고민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은 송카이 주석의 붉어진 눈가로 마무리된다. 그 배경에는 일본전 0-7 참패 직후 울려 퍼진 일본 팬들의 환호성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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