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훈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청년층의 다수가 중국을 ‘가장 비호감 가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마치 이웃이 적의를 품고 노려보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기묘한 장면처럼 보인다. 어째서 이런 눈길의 엇갈림이 생겨났고, 그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의 눈길은 일견 날카롭고 민감하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다. 복합적인 사회적 압박 속에서 형성된, 일종의 존재 불안과 정체성 위기의 표현일 수 있다. 한국은 오랜 세월 강대국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했던 나라다. 20세기 후반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고, 문화적으로도 K-드라마와 K-팝, K-뷰티 등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매료시켰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 제조, 콘텐츠 등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때로는 앞서나가기 시작하면서, 과거에 가졌던 우월감과 자신감은 점차 위협받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는 때때로 자국의 정체성과 위상을 다시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김치, 단오, 한복 등 문화의 기원에 관한 논쟁도 단순한 소재 다툼이 아니다. 이는 더 큰 문명권 속에서 자신의 독자성을 주장하고 싶은 몸부림이며, 그 이면에는 ‘내가 중국의 그림자에 가려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담겨 있다.
게다가 공기질 문제 등 일상 속 불편함이 발생할 때, 복잡한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가까운 강대국을 탓하는 편이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간편하기도 하다. 이렇게 축적된 불만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있어 반중 감정을 일종의 당연한 정서로 내면화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중국 청년층의 반응은 상당히 무덤덤하다. 이 무관심은 무례함이나 무시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오히려 눈을 들면 끝이 안 보일 만큼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놓여 있는 세대이기에, 시야가 더 멀리 향해 있을 뿐이다.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발전’이라는 강력한 동력 아래 움직이고 있다. 5G,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고속철도, 우주탐사 등 수많은 분야에서 ‘다음은 어디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서 자란 중국 청년들은 외부와의 경쟁보다 내부의 격심한 경쟁과 기회를 더욱 크게 인식하고 있다. 오늘날 그들의 화제는 최신 기술, 사회혁신, 글로벌 창업, 환경문제, 그리고 스스로의 진로다. 그들에게 있어 한국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기보다는, 긴밀한 경제적 파트너이자 일부 문화 소비재의 원산지 정도로 인식된다. 단순히 ‘안 본다’가 아니라 ‘더 이상 중심에 두지 않는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이처럼 서로의 시선이 엇갈리면서 생기는 ‘심리적 비대칭’은 오해를 낳고, 때로는 불필요한 감정의 골까지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의 무관심을 오만으로 해석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한국의 민감함을 괜한 트집잡기로 오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간 문화 교류는 위축되고, 사소한 이슈조차도 양국 여론을 자극하는 뇌관이 되기 십상이다.
더 나아가 이런 감정적 교차는 전략적 해석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한국이 중국의 부상을 체제적 위협으로 간주할 여지가 커지고, 중국은 한국의 외교적 선택을 단순히 ‘외압에 따른 움직임’으로 단정짓는 경우도 생긴다. 민간 차원의 감정 골이 깊어지면, 외교와 경제협력 같은 구조적 협조도 예민해지고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국은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는 이웃이다. 경제적으로도 깊이 얽혀 있으며, 문화적 뿌리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복합적 연결 속에서 감정과 이해가 멀어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 손해다. 지금의 ‘시선의 엇갈림’은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각자 처한 사회적 맥락과 발전 단계의 차이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차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다. 중국은 한국 사회의 불안과 조급함이 단순한 적의나 배타성이 아니라, 고유의 위기감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중국 청년들의 무관심이 곧 경멸이나 무시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진정한 이웃이란, 서로의 눈빛을 마주치는 법을 배우는 관계다. 때로는 침묵이 오해를 낳고, 때로는 지나친 주시가 불필요한 긴장을 불러온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미래의 동북아를 결정할 또 다른 변수라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각자의 ‘초점’을 조금씩 조정해볼 때다. 충돌 대신 이해, 분노 대신 대화, 그것이 가까운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배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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