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교육 현장에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시도는 오랜 과제였다. 특히 극우 단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つくる会)’이 만든 ‘신しい歴史教科書’(New History Textbook)는 난징대학살, 위안부, 기타 제국주의적 침략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이 교과서는 교육부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채택률은 매우 낮았으나 그 존재 자체가 향후 역사 인식 형성에 나쁜 선례가 되었다. 21세기 들어서는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수정 지침이 강화되었고, 일부 교과서에서는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 위안부 문제 설명 등이 삭제되거나 흐리게 표현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교육계는 일본 정부의 ‘자국 중심적 잘못된 역사 기술’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난징사진관>의 등장은 단순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제도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실’을 스크린 위에 직시한다. 일본 내에서는 직접적인 상영 반응이 아직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상영 이후 반응은 격렬했다. 일부 관객은 “일본을 용서할 수 없다”는 SNS 게시를 올렸고,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인물조차 “모두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특히 북미 프리미어 상영에는 중국 대사까지 참석하며 “역사의 어두운 심층을 비추며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반일 서사가 아닌, 인류 보편의 교훈으로 역사 기억을 국제적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영화의 상업적 성과도 인상적이다. 개봉 후 중국 내에서 하루 만에 약 1억 위안, 4일 만에 5억, 11일 만에 16억 위안의 흥행을 기록하며 여론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동시에 ‘반일 감정 조장’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미취학 아동이 만화나 지도를 훼손하는 사례가 SNS에 올라오기도 했고, ‘반일 교육’이라며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조차 영화가 역사 기억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복수를 위한 기억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조차 남기지 못한 순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침묵은 역사의 공모가 될 수 있다. 교과서는 여전히 왜곡될 수 있지만, 예술과 공론은 그 왜곡을 흔들 수 있다. 역사는 고통을 넘어, 미래를 향한 반성과 연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BEST 뉴스
-
에프스타인 파일 공개… 300만 페이지로 가린 서구 체제의 불투명성
2026년 1월 30일, 미 법무부 차관 토드 블랜치는 에프스타인 사건과 관련된 300만 페이지 이상의 문서와 2000여 개의 동영상, 18만 장에 달하는 사진을 대중에 공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개는 2025년 11월 ‘에프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 발효 이후 이뤄진 최대 규모의 기록물 공개로 알려졌다. 그러... -
7쌍 중 5쌍은 한족과 결혼… 조선족 사회에 무슨 일이
글|김다윗 중국 내 조선족과 한족 간 통혼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조선족의 타민족 혼인 비율은 70% 안팎으로, 전국 소수민족 평균(약 25%)을 크게 웃돈다.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선택을 넘어, 인구 구조·도시화·문화 적합성이 맞물린 ... -
[기획 연재 ⑤] 법 바깥의 세계, 강호…범죄와 결합한 성
황제의 제도, 사대부의 언어, 향신의 관행, 군벌의 무력은 모두 ‘공식 권력’의 스펙트럼에 속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는 언제나 이 질서의 바깥에 존재한 세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강호(江湖)’라 불렀다. 강호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었다. 비밀 결사, 범죄 조직, 유랑 집단, 무장 폭력배, 밀수꾼과 ... -
[기획 연재 ⑥] 가장 많은 규제, 가장 적은 선택―평민의 성 문화
중국 전통 사회에서 평민은 가장 넓은 계층이었지만, 성과 관련해서는 가장 좁은 선택지를 가진 집단이었다. 황제는 제도 속에서 방종을 누렸고, 사대부는 언어와 문화의 외피로 이를 합리화했으며, 향신은 지방 권력으로 도덕을 집행했고, 군벌과 강호는 폭력으로 성을 유린했다. 이 모든 구조의 비용은 결국 ... -
“여성을 수입품으로 부른 공직자, 그 말이 정책인가”
인구가 아니라, 사람을 모욕했다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사람을 모욕하는 순간, 그 정치는 이미 자격을 상실한다. 전남 진도군수 김희수의 발언은 그 선을 명확히 넘었다. “스리랑카나 베트남 쪽 젊은 처녀를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를 보내자”는 말은 정책이 아니라 인권에 대한 폭언이다. 인구 소멸을 걱정한... -
야당이 된 보수의 기이한 충성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 날,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이 국민 앞에 섰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사과였고, 최소한의 거리두기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사법부에 대한 공격과 “계엄은 곧 내란이 아니다”라는 궤변이었다. 보수 정당 대표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