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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왜곡을 넘어, ‘기억’이라는 저항

  • 허훈 기자
  • 입력 2025.08.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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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육 현장에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시도는 오랜 과제였다. 특히 극우 단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つくる会)’이 만든 ‘신しい歴史教科書’(New History Textbook)는 난징대학살, 위안부, 기타 제국주의적 침략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미화하는 내용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이 교과서는 교육부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채택률은 매우 낮았으나 그 존재 자체가 향후 역사 인식 형성에 나쁜 선례가 되었다. 21세기 들어서는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수정 지침이 강화되었고, 일부 교과서에서는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 위안부 문제 설명 등이 삭제되거나 흐리게 표현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교육계는 일본 정부의 ‘자국 중심적 잘못된 역사 기술’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난징사진관>의 등장은 단순한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제도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실’을 스크린 위에 직시한다. 일본 내에서는 직접적인 상영 반응이 아직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상영 이후 반응은 격렬했다. 일부 관객은 “일본을 용서할 수 없다”는 SNS 게시를 올렸고,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인물조차 “모두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특히 북미 프리미어 상영에는 중국 대사까지 참석하며 “역사의 어두운 심층을 비추며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반일 서사가 아닌, 인류 보편의 교훈으로 역사 기억을 국제적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영화의 상업적 성과도 인상적이다. 개봉 후 중국 내에서 하루 만에 약 1억 위안, 4일 만에 5억, 11일 만에 16억 위안의 흥행을 기록하며 여론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동시에 ‘반일 감정 조장’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미취학 아동이 만화나 지도를 훼손하는 사례가 SNS에 올라오기도 했고, ‘반일 교육’이라며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조차 영화가 역사 기억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복수를 위한 기억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조차 남기지 못한 순간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침묵은 역사의 공모가 될 수 있다. 교과서는 여전히 왜곡될 수 있지만, 예술과 공론은 그 왜곡을 흔들 수 있다. 역사는 고통을 넘어, 미래를 향한 반성과 연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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