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훈
2025년 들어 동아시아와 서구 곳곳에서 반중 정서가 노골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인 상점이 파손되고, 도쿄 거리에서는 관광객이 폭행당하는 일이 잇따른다. 단순히 범죄의 숫자가 늘어난 문제가 아니다. 그 장면들은 불안한 시대가 만들어낸 상징이자, 사회가 안고 있는 깊은 균열의 징후다.
한국과 일본 사회의 구조적 위기와 정치권의 책임 회피가 맞물리면서, 반중 정서는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혐오의 정치학’으로 굳어지고 있다. 청년층의 실업, 불평등, 장기 불황의 그늘이 중국이라는 외부 대상으로 투사되며 사회적 폭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경제에서 더욱 분명하다. 한국의 반도체, 일본의 자동차·의류 산업은 여전히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한다. 삼성과 현대, 도요타와 유니클로 모두 중국을 놓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매운동을 외치며 중국 제품을 쓰고, 중국 식당을 찾으면서 중국을 비난하는 풍경은 동아시아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먹고살기 위해선 중국이 필요하지만, 분노의 화살은 중국을 향한다.
비슷한 모습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보인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거나 유학생 자격을 축소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유럽은 중국산 자원에 의존하면서도 환경 파괴와 안보 문제를 이유로 비판을 쏟아낸다. 독일은 희토류의 대부분을 중국에 기대면서 중국의 환경 문제를 지적한다. 이런 이중 잣대는 결국 지정학적 경쟁을 포장하는 다른 언어일 뿐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수출 통제, 군사력 과시, 시장 접근 제한으로 대응한다.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은 미국과 일본 기업에 타격을 주었고, 자동차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상호의존이 이제는 서로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 국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외부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는 고용 불안과 불평등에 시달리고, 미국과 유럽은 낙후된 사회 인프라와 높은 부채에 허덕인다. 정치권은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출구를 찾지만, 혐오와 배척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며 또 다른 폭력의 씨앗을 뿌린다.
혐오가 일상으로 스며든 사회는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중국인 관광객을 향한 폭력은 단순한 외국인 배척이 아니라, 내부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는 사회의 자화상이다. 지금 확산되는 반중 정서는 ‘중국 문제’가 아니라 각국이 외면해온 불안정의 거울이다. 사회가 자신을 갉아먹는 혐오에 기대는 순간, 피해자는 결국 우리 모두가 될 것이다.
BEST 뉴스
-
극우, 이제는 단호히 맞설 때
극우 정치가 국경을 넘어 세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국내 일부 극우 성향 단체가 미국에서 공개 활동을 벌였다는 소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이 내세운 것은 정책 경쟁이나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정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부정선거 주장, 종교를 앞세운 선동이었다. ... -
[연변 기행 ⑥] 한눈에 3국을 품은 땅, 훈춘 방천… 국경 끝에서 만나는 동북아의 역사
중국 지린성 훈춘시 방천민속촌 입구. 전통 양식의 대형 패루를 중심으로 조선족 문화 체험과 향토음식, 민속공연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연길의 조선족 문화와 서시장의 활기까지 둘러본 연변 기행은 이제 동북아의 가장 동쪽 끝을 향... -
[연변 기행 ⑤] 연길 시민들의 부엌, 서시장에서 만난 연변의 맛
연길서시장 일각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연길의 하루는 서시장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아침 시장 문이 열리면 주민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하나둘 골목으로 들어선다. 관광객들에게는 여행 코스이지만, 연길 사람들에게 서시장은 오늘 저녁 식... -
[민국의 그림자 ③] 장제스의 그림자, 군통의 황제 대립
왕아초(王亚樵)를 제거한 남자, 대립(戴笠). 그는 중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정보기관 책임자 가운데 한 명이다. 국민당 군통(軍統)의 실질적 지휘자로 장제스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고, 한때 중국 전역을 뒤덮은 정보·감시·첩보망을 움직였다. 그의 삶은 한 개인의 출세기가 아니라, ... -
[민국의 그림자 ④] ‘구국’을 내세운 투항…왕징웨이의 선택은 왜 실패했나
[인터내셔널포커스] 1910년 봄, 청나라의 수도 베이징에서 섭정왕 자이펑을 겨냥한 폭탄 암살 계획이 적발됐다. 주도자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0대 혁명가 왕징웨이(汪精卫·왕정위)였다. 체포된 그는 죽음을 각오한 듯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옥중에서 남긴 “칼을 끌어 한 번 통쾌하게 죽어 젊은 날의 뜻을 ... -
[연변 기행 ⑦]두만강이 들려주는 역사… 도문에서 만난 국경과 독립운동의 현장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국문(國門) 일대. 북한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국경 관문이 나란히 자리한 중국 대표 국경도시의 모습. [인터내셔널포커스] 연변 기행 여섯 번째 이야기인 훈춘 방천이 '한눈에 3국을 바라보는 동북아의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두만강을 따라 서쪽으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