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일본에서 인기 K팝 그룹 에스파(Aespa)의 중국인 멤버 닝닝이 원자폭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문제 삼아 에스파의 일본 연말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금지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10만 건 이상 서명됐다.
청원은 에스파 멤버가 2022년 5월 게시한 사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게시물에는 “귀여운 조명을 샀어요! 어때요?”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사진 속 조명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청원 작성자는 일본 NHK의 연말 음악 프로그램 ‘홍백가합전’ 출연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올해가 원폭 투하 80주년이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도 강조됐다.
논란은 닝닝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일 간 역사적 긴장과 맞물려 더욱 복잡해졌다. 한국 매체 코리아헤럴드는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달 초 중국 본토가 대만을 공격할 경우 자위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뒤 일본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과 맞물려 이번 청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청원은 원폭 이미지가 “역사적 비극을 경시한다”고 비판하며, “원폭 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라면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희화화하는 것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주민뿐 아니라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에스파는 출연을 보류하고 일본 문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 내 반응도 강하다. 한 청원 참여자는 “나는 평소 에스파 음악을 즐겨 들었지만 히로시마 출신으로서 이 게시물은 극도로 불쾌하다”며 “홍백가합전은 매년 조부모와 원폭 생존자 증조할머니와 함께 보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는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출연 자격을 박탈해야 할 이유”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문화 논란을 넘어 한일 관계, 한중 관계의 민감한 역사 문제와 연결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뉴욕 페이스대 미디어학과 민성재 교수는 “문화·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국가 간 긴장 상황에서 쉽게 공격 대상으로 전환된다”며 “타국의 문화상품을 ‘우리나라를 모욕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국민적 분노를 표출하는 상징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홋카이도 분쿄대 와타나베 마코토 교수는 “동아시아 젊은이들은 온라인으로 문화를 공유하며, 이러한 공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이번 논란을 인지하고 있으며, 에스파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접촉 중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SM 측은 게시물이 원폭 피해자를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1951년 첫 방송된 홍백가합전은 적팀 여성 가수와 백팀 남성 가수가 맞붙는 형식으로, 최근 시청률은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연말 대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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